'프로젝트 지(G)' 작성에 관여한 전 삼성증권 팀장이 "이 문건은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할 제안을 담은 것"이라고 20일 증언했다. 검찰 주장과 달리 프로젝트 G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승계 작업용 문건이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2차 공판에 이어 한모 전 삼성증권 팀장이 다시 증인으로 나왔다. 이 사건 첫 증인이다. 한씨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등에서 근무하며 삼성그룹 승계 관련 문건들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특히 프로젝트 G에도 참여해 이번 재판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서 그룹이 가진 경영권을 안정화시키느냐, 보호하느냐는 목적으로만 작성한 보고서"라고 프로젝트 G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 문건에 담긴 에버랜드(제일모직)와 삼성물산 합병이 실제 이뤄진 데 대해선 "어떤 배경과 논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의사 결정이 됐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한씨는 지난 6일 첫 재판에서도 "프로젝트 G는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정리한 보고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규제 등 여러 현안을 어떻게 대응해야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프로젝트 G를 갱신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문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한씨가 2014년 7월 작성한 이 문건을 제시하자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검토는 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으로 2012년 작성했던 프로젝트 G를 업데이트한 게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정확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겠다"면서 "요청에 따라 검토서를 작성한 거 같다"고 답했다. 요청 당사자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냐는 물음에는 "미전실 요청을 받고 성실히 검토해서 회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자신이 했던 업무이고, 당연히 기억할 수 있는 것까지도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며 "잘 기억해서 답변하라"고 질타했다. 이에 한씨는 "최대한 기억해서 말하려고 한다"면서 "이런 (유사한) 검토가 너무 많았다. 양해 부탁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정오쯤 휴정을 선언하고 오후 2시부터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오후에는 검찰 주신문이 끝나고,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을 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미전실이 주도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3년부터 프로젝트 G에 따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을 벌이던 삼성그룹이 2014년 고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계획을 바꿔 제일모직 상장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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