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현실 인식 제로, 아전인수 해석…"컨트롤 타워 마비된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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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전환욱 기자
입력 2021-05-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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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상황 진단부터 잘못돼…세간 우려와는 정 반대의 자화자찬 빈축

  • 역할 분담 제대로 안되는 가운데 컨트롤 타워 부재 비판…정책 악순환 불가피

  • 코로나 방역·백신 접종 '컨트롤타워' 문제 없나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방역적 노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 "접종 예약이 순조롭다(홍정익 질병관리청 코로나 예방접종기획팀장)"

국내 코로나19 사태 문제를 사실상 주도하는 보건복지부(복지부)가 현 상황 자체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연내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코로나19 종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방역 강화 대책, 백신 접종 및 수급 문제에 대해 정확한 현상 진단부터 선행되고, 이후 정교한 정책 수립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렇게 해도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해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장도 워낙 커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장관 및 부처 수뇌부들의 관련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복지부는 현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는 못할지언정, "문제가 없다"거나 "잘 하고 있다는" 등 세간의 우려와는 정반대의 아전인수 격 해석을 일관적으로 늘어놓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정책 수립에 앞서 사실상 현실을 외면하며 정당화 시키는 이른바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개월간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이끌고 갈 컨트롤 타워 자체가 마비돼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확산세 문제없다는 듯한 뉘앙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재로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려는 힘과 이를 억제하려는 방역적 노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며 "많이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내달 말 고령층 접종이 끝날 때까지 확진자가 적절하게 통제되는 수준을 유지해나가면 이후 접종 효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사회적 대응을 조금 더 조절해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의 발언은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방역 당국의 노력으로 확산을 멈추고 안정세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내달 말 접종 효과들이 본격적으로 발현될 것이라는 주장은, 고령층 접종이 아무런 문제 없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리지 않으면 쉬이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게 부처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 대변인의 판단과 달리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일별 신규 확진자는 △14일 747명 △15일 681명 △16일 610명 △17일 619명 △18일 528명 △19일 654명 △20일 646명이며, 하루 평균치로 환산하면 641명에 달한다.

이는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약 617명을 상회하는 수치로,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범위에 해당된다. 지금 수치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당장 높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는 23일 종료 예정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 및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재연장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주말이나 부처님오신날 휴일 검사 건수 영향이 일부 반영됐음에도 불구, 확진자 수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모임 빈도가 늘고 있고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도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처는 정부가 사실상 방역의 손을 놓은 증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00~600명대 확진자 수가 이어지고 있고, 곳곳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복지부는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기존 대책들을 답습하고 있다"며 "사실상 컨트롤 타워가 없어, 부처 내부 간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접종 이롭다" 말로만 독려 되풀이…예약률 둔화에 "인센티브 검토" 뒷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더디게 진행 중인 가운데, 부작용 우려에 따른 백신 접종 기피 현상에 대한 방역 당국의 안일한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고령층의 백신 사전 예약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접종 예약률이 예상과 달리 둔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접종자 인센티브'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 60~74세 접종 예약률은 50.1%"라며 "주목할 부분은 17일 42.9%, 18일 47.2%, 19일 49.5%로 예약률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휴일을 전후로 예약률이 급속도로 둔화하자, 정부는 이날 뒤늦게 위기감을 인식하고 '인센티브 도입' 등을 적극 언급하며 대응에 나섰다. 접종자에게 제공할 인센티브로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완화', '영업시간 제한 예외' 등이 거론된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번 주까지 속도를 지켜보며 다음 주부터 어떻게 개선할지,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인센티브와 관련한 부분을 포함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접종 예약률이 '안정적 증가세'를 보이며 접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접종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손영래 대변인은 지난 18일 백브리핑에서 "70~74세의 예약률은 60%를 돌파했고, 65~69세의 예약률도 절반을 넘었다. 또 60대 초반의 경우도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 며칠 안 됐지만 3분의 1을 넘었다"며 "예약률이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추이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권 장관의 예약 속도가 둔화된다는 발언과 정면 배치된다.

앞서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는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때문에 방역 당국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수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4월 27~29일)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신 접종 의향이 있다는 비율이 61.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3월 17~18일) 조사된 수치 68%보다 6.6%포인트 떨어진 수치였다. 백신 접종 우려가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접종 예약률 증가 속도 둔화 원인에 대해 방역당국은 예약 방법에 있다고만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인터넷, 콜센터 접수, 주민센터 방문 접수 등으로 예약 방법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예약률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은 셈이다.

백신 접종의 위험성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으로 접종 예약률이 둔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은미 이화여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접종 예약률이 낮은 것은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없어서가 아니라 백신 자체에 대한 위험성 때문"이라며 "정부가 언급한 인센티브로는 백신 접종을 우려하는 인식을 바꾸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고령층의 화이자 백신 접종률이 낮고, 청장년층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최근 위험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접종률을 높이려면 백신 종류별 위험성과 이상 사례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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