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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1년] 인플레 청구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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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5-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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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과 제조업 생산은 회복, 고용은 여전히 부진 양극화 심화

14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 가격 표시판에 고급휘발유 가격이 ℓ당 2827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이 석유·원자재 등의 일시적 공급 부족과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4% 넘게 뛴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차츰 회복되는 양상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과 더불어 경제지표도 대부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조업 및 생산은 점차 회복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호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회복의 신호에도 실질적인 체감경기는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난이 지속하면서 청년과 사회적 약자들의 신음은 더욱 커졌다. 또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뿌린 유동성 폭탄이 인플레이션 신호로 되돌아와 다양한 경제 위기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수출과 제조업 생산은 위기 전 추세 회복…고용은 더뎌

산업연구원이 지난 9일 펴낸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의 한국경제:경제적 영향의 중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위기는 지난해 세계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3%포인트 이상 낮췄다. 또 고용도 약 46만 명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가 고용과 민간 소비에 미친 충격은 1998년 외환위기 다음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위기는 민간소비를 7.4%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나 국내총생산(GDP) 구성 항목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어 수입, 수출, 건설투자 순으로 충격파가 전해졌다.

반면 설비투자는 호조를 보여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단기적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가져온 충격을 민간소비와 고용실태로만 평가한다면 외환위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형 경기침체에 해당하지만, GDP 성장률 하락폭은 2009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에 저점을 거친 후 회복되는 추세다. 다만, 부문별 회복 속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제조업과 수출은 작년 2분기 저점 이후 빠르게 반등해 현재는 이미 위기 이전 추세를 회복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수출입 통계를 살펴봐도 올해 들어, 이미 코로나 이전의 최고치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대면 서비스나 여행 숙박 등 관련 시장의 타격이 컸지만, 이와 반대인 비대면과 관련된 전자기기, 반도체 및 온라인 상거래, 배송 시장을 키우면서 산업 경기 회복에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GDP 성장률과 달리 고용이나 민간 소비, 서비스 생산은 아직도 위기 전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코로나 때 타격을 받은 서비스 생산 업종은 추세선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여전히 허덕대고 있다. 당연히 전산업 고용 증가율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경제 회복 방안으로 방역과 경제를 서로 상반관계(trade-off relationship)로 인식하기보다, 방역에 우선순위를 두되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정책적으로 보상하길 조언했다.

방역의 실효성을 높이고 경제적 충격도 완화하는, 방역과 경제정책 간의 유기적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기의 충격이 일부 업종과 계층에 편중돼 있고 이들의 부진은 방역조치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을 통해 이들 피해를 보상함으로써 방역에 대한 협조를 확보하고 경제적 충격도 덜어주는 정책이 유효하다는 계산이다.
 
코로나 충격이 가져온 인플레 청구서

지난해부터 지속한 코로나 충격을 방어하고자 각국에서 늘린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청구서로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가 전 세계 제조 공장 역할을 맡으면서 더 큰 인플레이션 위기감이 흐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2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정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공개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은 긴축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의 공포감은 국내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석유·원자재의 공급 부족과 함께 각 산업계에서는 자재의 수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공사 현장에서는 철근의 품귀현상까지 벌어져 공기를 맞추기 힘든 지경에 빠졌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 오른 107.3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8월(2.5%)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물가지수가 2% 이상 오른 경우는 2018년 11월(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국제유가를 살펴봐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러한 국제유가의 상승이 각종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에 그쳤던 유가는 현재 60달러를 넘어섰다. 200% 넘게 상승한 수치다.

유가 강세는 공산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4월 공산품 물가는 1.6% 상승했다. 특히 경유(10.8%)·휘발유(12.8%)·나프타(7.0%) 등 유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자물가의 상승은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이론이다. 일부 코로나 경제체제의 기저효과 탓도 있지만 앞으로의 상승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단 과도한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2%가 넘는 물가상승률의 상당부분은 기저효과"라며 "농·축·수산물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승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3~4분기에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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