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전에 이례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해 온 실무 협상팀 차원에서의 합의는 끝났고,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밝힐 문구를 다듬는 최종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리뷰에 문 대통령이 많이 기여했다”면서 “싱가포르 선언과 그 이전 남북 정상 간 합의에 기초해서 대북정책을 접근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한·미 정상 간 공동성명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 간 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합의도 모두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판문점 선언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4월 27일 첫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문으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적대행위 전면중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판문점 선언의 공동성명 명시는 미국이 한층 유연한 대북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 선언보다 판문점 선언이 보다 넓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바이든 정부가 해준 것”이라며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그것의 토대 위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용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의 근거가 됐던 한미 미사일지침의 완전 해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국방’이라는 큰 틀에서의 미사일지침 해제는 문 대통령의 숙원 사업으로, 지난해 4차 개정에 이어 완전 해제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7월 당시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주도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4차 개정에 합의한 바 있다. 기존의 액체연료만 허용돼 온 우주발사체 분야에 있어 고체연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4차 개정의 핵심이었다.
이번에 사거리가 완전 해제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길도 열리게 될 전망이다.
특히 두 정상이 미사일지침 해제에 합의할 경우, 한국은 42년 만에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42년 된 것이다. 당시 우리가 미사일 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 통제 하에 미사일을 들여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족쇄가 됐다”면서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미사일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숙제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4차 개정까지는 왔었는데 남은 숙제가 있었다. 바로 RMG(Revised Missile Guideline) 부분이었다”면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완전히 해제) 하고 싶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흥분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한·미 간 협력을 통한 제3국 시장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방안도 논의 될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민주당 지도부 청와대 초청 오찬 때 이 부분을 공개 건의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원자력 산업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우리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나라가 없고,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의 유사점, 공통점을 토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지금은 일본과 (기본적) 구상에 있어 일치된 합의를 만들어내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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