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사토 마사히사 일본 참의원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석에 서 있으며, (회담 결과를) 중국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박쥐 외교의 괴로움"이라고 일컬었다.
이날 사토 의원은 두 개의 트위터를 통해 한·미 양국 정상이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 사실과 대만 해협의 평화를 언급한 대목에 주목했다.
그는 "대만 해협은 한국의 해상 교통로 중 하나이기에, 이곳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와 연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은 이 두 가지 대목에 대해 중국에 필수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육상자위대 출신인 사토 의원은 13년째 참의원을 지내고 있는 3선 정치인으로, 2019년까진 일본 외무성 부대신(차관)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일본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사토 의원은 일본 자민당 안에서도 대표적인 극우 성향의 정치인으로 꼽히며 혐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일본의 이라크 전쟁 파병 당시 선발 대장으로 복무했던 그는 '대장', '콧수염 대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탓에 일본 극우·혐한 성향 누리꾼과 정치권 사이에서 관련 담론을 옮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 그의 트위터에는 그의 생각에 동조하며 혐한 표현을 담거나 일본 정부의 보다 강경한 정책을 촉구하는 수 많은 답글이 달리고 있다.
'화기애애' 문재인-바이든에 日 언론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본의 분위기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 온라인 매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우리나라의 미사일 지침 폐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를 인용,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스와프'를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44조원에 달하는 대미 산업 투자의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받지 못했다"면서 특히, 미사일 지침 폐기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서로의 의견 차이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대표적인 내용"이라고 폄하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한국 국내에서는 미국의 족쇄를 벗어나 자주 국방 회복 국면의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환영하고 있다"면서도 "대북 방어가 목적일 때는 800㎞의 미사일로도 충분하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본의는 한국을 대중 포위망에 넣어두기 위해 해당 지침의 폐기를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날 방송 매체인 TBS 역시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대접을 받고 선물을 받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미국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중국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회담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온라인 매체 JB프레스는 24일 문 대통령의 방미를 '조공외교'라고 직설적으로 비하했다. 매체는 "조공외교는 일단 성공했다"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 의제를 한국 정부가 주도해 공동성명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자국이 소홀한 대우를 받은 것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매체는 이와 같은 해석을 한국경제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는데, 외교부는 이에 대해 "국익에 반하는 악의적 오보"라고 반박한 상태다.
반면, 뉴스위크 일본판은 지난 23일 "문 대통령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 국내의) 비판을 면했다"면서도 한·미 양국의 회담 성과를 '모순적인 두개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대북 정책이 아직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한국, 일본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열어 미국이 원하는 동아시아 정세를 구축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모두의 외교가 어려워지는 시기는 지금부터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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