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교사가 학교에서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후 24일 정오까지 6692명이 동의했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친 말이다. 브이로그 같은 일상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 등 온라인에 공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청원인은 교사 브이로그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목소리 변조나 모자이크 없이 노출돼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에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이로그가 순기능도 있는 만큼 지침을 마련해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①교사 브이로그는 합법인지
공무원인 국·공립학교 교사 또는 사립학교 교사들이 유튜버로 부수입을 올리는 게 가능한지 의아할 수 있는데 사실상 합법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원은 공무 외 영리 목적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 유튜브 활동은 '창작 활동'으로 분류돼 학교장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교육부도 지난 2019년 마련한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에서 겸직을 허용했다. 지난해 기준 교사 유튜브 채널은 2534건(중복 포함) 규모다.
②노출 위험·촬영 동의 여부 등 반대 측 의견은
교사 브이로그 촬영 반대에는 아이들 신상 노출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다.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기 때문에 아무리 모자이크를 해도 한계가 있다. 일부 영상에서는 교사가 아이 실명을 부르는 등 조심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지침은 '학생이 등장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 학생 본인과 보호자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학교장은 제작 목적, 사전 동의 여부, 내용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촬영 허가 결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원인은 "인터넷은 온갖 악성 댓글이 난립하는 위험한 곳인데 거기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건 너무 위험하다"며 "자막으로 욕설을 거리낌 없이 달기도 하는데 교사 품위유지는 어디로 갔냐"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학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학부모는 "모자이크를 해도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내 아이가 브이로그에 나오는 건 싫다"고 말했다. 일부 도를 넘은 교사들을 비판하거나, 아이가 브이로그에 나오면 교육청 등에 신고하겠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③지침 강화·순기능 살리기 등 찬성 측 의견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걸 알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공인과 같아 잣대가 엄격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교사들이 물을 흐려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브이로그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교육적 취지를 살리도록 보완·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사전 동의 절차와 개인정보 등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침을 정하자는 것이다. 교총은 "일부 부적절한 브이로그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면서도 "교사 브이로그는 학생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창구이자 오늘날 비대면 상황에서는 사제 교감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제작 목적·내용·절차와 관련해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그 범위 내에서 제작하도록 안내해야 한다"며 "친근함을 넘어선 비속어 자막과 언행, 이념·정치 편향적 표현과 내용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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