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언 웨어링의 작품 ‘당신의 관점’(Your Views) 속 일상은 평범해서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들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을 모아서 보여준다. 마스크 없이 산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코로나19로 바뀐 환경 속에서 보통의 일상이 치유를 줬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코로나로 인한 지구적 재난 상황을 동시대 예술가들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전시 ‘재난과 치유’를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지난 22일 개막한 ‘재난과 치유’는 전 지구적인 감염병이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동시대 예술가들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재난의 그늘 가운데서도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치유와 회복의 계기로 삼고자 마련됐다.
‘재난과 치유’는 ‘감염의 징후와 증상’, ‘집콕, 홀로 같이 살기’, ‘숫자와 거리’, ‘여기의 밖, 그곳의 안’, ‘유보된 일상, 막간에서 사유하기’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프란시스 알리스, 리암 길릭, 서도호, 이배, 오원배, 써니킴, 최태윤 등은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이며 에이샤-리사 아틸라, 노은님, 아니카 이, 질리언 웨어링, 미야지마 타츠오, 이영주, 칸디다 회퍼 등 국내‧외 작가 35명이 참여했다.
홍진훤 작가는 ‘Injured Biker’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을 다룬다.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절뚝이며 움직이는 인물과 그의 시선을 보여주는 배달 과정에서 영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홍 작가는 “누군가의 안전은 누군가의 위험을 담보로 성립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영상 작품이 소개됐다. 봉준호 감독이 2004년 만든 ‘인플루엔자’도 만날 수 있다. 양옥금 학예연구사는 “봉 감독은 작품을 통해 중산층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의 폭력성과 무기력함을 보여준다”라고 소개했다.
재난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작품도 소개됐다. 요제프 보이스의 ‘곤경의 일부’(1985)는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구했던 타타르 유목민이 사용했던 펠트를 이용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인간 생명에 대한 보호와 조난으로부터의 회복을 상징한다.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는 삶을 위한 회복과 치유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1990년대 초 프랑스로 이주해 유럽을 근거로 30여년간 활동해온 이배는 다양한 숯을 이용해 조각, 설치, 그리고 회화 작품을 제작해왔다. 숯은 정화, 영원, 청결 등을 상징한다. 바탕인 하얀 한지와 먹 같은 대형 숯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를 미술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재난 문제를 어떻게 작품화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준비했다”라며 “재난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 드물지만, 이번 전시가 코로나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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