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을 지난해 철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 등 홈이코노미 문화가 확산하면서 고객사의 LCD 공급 요청이 쇄도하자, 이런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생산 철회는커녕 오히려 올해 들어 LCD 생산을 늘리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이 같은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수년간 앓던 이에 가깝던 LCD가 뒤늦게 임플란트 같은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TV 시장의 호황으로 LCD 패널 가격이 전통적 비수기에도 상승세다. 올해 1월 UHD급 TV용 55인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전월보다 7달러 오른 장당 182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02달러 대비 78.4% 상승한 금액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도 지난 19일 LCD 가격 상승세가 올해 2분기부터 둔화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조정하고, 상승세가 3분기까지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DSCC는 LCD 판가가 올해 2분기 17%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 상승세가 3분기까지 이어져 3분기 중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DSCC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C)’ 등 LCD 패널 핵심부품인 반도체 수급난과 더불어 최근 코닝의 유리기판 가격 상승 발표 등이 가격 인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TV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패널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6205만대로, 분기별 출하량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2억2300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 상승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IT 제품 및 TV 수요가 증가와 더불어 그동안 LCD 생산을 주도하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멈춘 점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LCD 가격 하락의 원인이었던 중국 패널업체들의 '저가 경쟁'이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패널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업체들의 LCD 생산 연장은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업계와 달리 TV 제조 업계는 LCD 패널 가격 상승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LCD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급 문제가 (TV 사업 수익성에) 일부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LCD 패널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라, 이에 따른 TV 원가 압박도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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