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이명박)계 중심 단체 ‘국민통합연대’가 주호영 후보를 차기 당 대표로 지원 결정했다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옛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이 주축인 이 단체에서 친이계 후보들을 밀기로 하면서, 고질적인 계파 정치가 부활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국민통합연대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 문서에 따르면, 국민통합연대는 지난 24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연 긴급 중앙임원 회의에서 투표를 거친 뒤 당 대표로 주호영 후보, 최고위원으로 조해진·정미경·배현진 후보, 청년최고위원으로 강태린 후보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비공개 문서를 통해 알렸다.
수신 대상은 전국 시·도본부 대표, 참조 대상은 시·도본부 사무처장 및 시·군·구 지회장으로, 국민통합연대는 “전국 시·도본부 및 시·군·구 지회장께서는 이 점을 회원들에게 널리 알려 국민통합연대가 선정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 바란다”고 했다. 실제 이 단체에 소속된 일부 당협위원장은 소속 당원들에게 주 후보를 지원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는 부인했다. 이 전 의원은 “잘 모르겠다”면서 “실무진이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재차 문서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제 사인이 있느냐”며 “국민통합연대와도 관계가 없다”고 했다. 주 후보 측 박종희 선대본부장은 “주 후보 캠프와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으며, 따라서 계파정치라는 공격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주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등도 지냈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조해진 후보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비서관, 이명박 대통령후보 공보특보 등을 맡았고, 정미경 후보도 친이계로 분류된다. 배현진 후보의 경우 친이계 인사는 아니나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가깝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0선’ 30대 이준석 후보가 1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다시 ‘계파’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것을 지적한 것인데, 정작 계파 프레임을 소환한 측에서 계파 정치의 흐름이 드러난 셈이다.
주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새 인물이란 포장을 벗기면 계파의 그림자가 있다. 계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되는 사람이 바람으로 대표가 되면 범야권 대통합이나 공정한 대선관리가 가능하겠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우리 당 밖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같은 분이 선뜻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응수했다.
한편 국민통합연대는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12월 친이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보수단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창립준비위원장‧중앙집행위원장을 맡았고 1200여명의 보수인사들이 몸 담았다. 당시 출범식엔 홍준표 의원과 주호영 의원도 참석했다. 40여명의 전직 의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친이계 인사다.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 통합 방안을 만들어 제시하겠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지만, 당시 친황(황교안)‧친박(박근혜) 중심의 자유한국당 주류를 견제하는 성격이 짙었다. 관계자들은 보수 통합의 주도권과 총선 공천 등을 염두에 두고 설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를 결성,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주 대표와 안 대표는 공동대표를 맡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