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산정 방식을 손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해당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받고, 산정 결과를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에게 받는다는 내용이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시가격 조사·산정에 필요한 부동산 과세자료와 임대차 계약 자료를 관계 행정기관으로부터 협조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시가격 조사·평가 또는 산정 과정에서 지역 실정에 밝은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의견청취 절차를 명시하는 방안을 담았다. 김 의원은 "산정 과정에서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에게 공시가격의 적정성 등을 검토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감정평가사를 고용해야 하므로 예산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나, 정작 지자체에서도 의견 개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비싼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공시가 문제가 있던 일부 지자체 등이 원하고 있다"며 "예산 문제는 의회 통과 이후 예산안을 짜면서 배정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불만을 품고 공개적으로 이를 저격한 바 있다. 제주도와 서초구 등 지자체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현실적이지 않은 엉터리 산정방식으로 측정됐고 증세만 고집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에서는 펜션 등 숙박시설이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세금이 매겨진 경우가 나타나 한국부동산원의 현장 조사가 부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초구는 부동산 공시가격 검증단을 꾸려 조사한 결과, 거래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 사례나 장기간 거래가 없어서 낮은 공시가격을 유지하다가 거래가 발생하자 공시가격이 100% 이상 올라버린 사례 등이 확인됐다.
이에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시가격 산정 근거 공개, 전면 재조사, 공시가격 동결, 공시가 결정권의 지방자치단체 이양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업계에선 이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시가격 조사·산정은 과정부터 문제가 많다. 예산 문제로 감정평가사를 안 쓰고 일반 직원을 쓰고 있는데, 최소한 전문가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 공시가격의 조사·산정에는 부동산원 소속 조사자 45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0명가량이 감정평가사가 아닌 일반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의사가 아닌 원무과 직원이 수술을 집도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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