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비행기 납치 지시한 벨라루스 독재자 루카셴코... 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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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5-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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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 대통령부터 6선까지 대통령은 루카셴코...27년째 벨라루스 독재

  • 루카셴코, 20대 반정부 인사 프라타세비치 체포 위해 타국 여객기 억류

  • EU, NATO, UN은 벨라루스 맹비난에 제재 예고...중국, 러시아는 옹호

동부 유럽 국가 벨라루스가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됐다. 27년간 집권한 60대 대통령이 20대 청년을 체포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여객기를 세운 것이 화근이다. 그는 어쩌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에서 ‘국제 왕따’가 됐을까.

26일(한국시간) AP·로이터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지난 23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 관제센터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여객기에 기내에 폭발물이 있다는 이유로 민스크 공항으로 우회 착륙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인 여객기는 벨라루스 공군 소속 미그29 전투기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민스크 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는 약 7시간 만에 다시 목적지를 향해 이륙했지만 벨라루스 정권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타국 항공기를 납치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번 사태 주범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다. 루카셴코는 집단농장 관리인 출신에서 소비에트 연방 시절 최고회의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을 시작으로 27년째 벨라루스 수장을 맡아왔다.

루카셴코는 소련 붕괴 전 벨라루스 출신 중 유일하게 소련 해체를 반대한 인물이다. 그의 친러 노선은 소련 붕괴 후에도 계속됐다. 벨라루스가 분리‧독립한 후 반부패 운동가로서 활동한 루카셴코는 ‘러시아와 관계 강화’, ‘강력한 부패 척결’, ‘민족주의’ 등을 주장하며 대중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1994년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 취임에 성공했다.

대통령이 된 루카셴코는 취임 2년 만에 독재 낌새를 보였다. 1996년 임기를 연장해 2001년 재선에 성공한 루카셴코는 2004년 다시 헌법을 개정해 초대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했다. 이것도 모자라 2006년, 2010년, 2015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내리 5선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각각 83%, 79%, 83%로 민주주의에서 기록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기록적인 득표율 이면에는 '유럽 마지막 독재자'라는 오명이 있다. 루카셴코는 대통령 연임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 것도 모자라 선거 전 언론 보도에 대한 사전검열 내용이 담긴 정보안보법을 만드는 등 선거 개입을 일삼았다. 이웃 나라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자국민이 민스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되자 벨라루스 민주화와 루카셴코 하야를 외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2006년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야당을 탄압한 '공포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EU는 루카셴코를 비롯한 벨라루스 고위관리 31명에 대해 비자발급 금지 등 제재를 시행한 바 있다.

벨라루스 국민이 루카셴코에 대한 반발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건 2017년 2월 루카셴코가 실업세 증세 법안을 추진하면서부터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1년 중 6개월 이상 일하지 않는 성인에게는 460 벨라루스 루블(약 20만원)을 벌금으로 물게 했다. 이 금액은 당시 벨라루스 국민 한 달 평균 월급의 절반에 달했기 때문에 공분을 샀다.

앞서 열린 반(反) 루카셴코 시위는 소규모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민스크에서만 1만여명이 몰린 시위 열풍은 일주일 만에 지방도시까지 번져나갔다. 시위를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민스크 공항에 억류된 여객기에서 테러 혐의로 체포된 1996년생 ‘라만 프라타세비치’다. 프라타세비치가 운영하는 유튜브·텔레그램 채널인 '넥스타'는 시위에 참여한 젊은 세대들의 주요 소통수단으로 사용됐다.

공분을 산 루카셴코는 2020년 벨라루스 대통령선거에서 득표율 80%로 6선에 보란 듯이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선거를 앞두고 유력 야권 후보를 체포하는 등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루카셴코가 선거기간 동안 어떠한 법률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투표율은 사기의 결과다”라고 비난했다. EU는 "선거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이번 여객기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도 과거와 같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미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들은 벨라루스를 소말리아나 북한과 비교한다”며 국제적 압박을 받는 벨라루스를 두고 '제2 철의 장막'을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은 비행기 억류 사실이 전해지자마자 곧바로 벨라루스에 압박을 가했다. 27개 EU 회원국은 임시 정상회의를 열어 벨라루스 여객기의 역내 영공 비행을 금지하고 고위 관리,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번 사태를 규탄한다.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벨라루스를 제재 중이고 추가할 수 있는 조처가 더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도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벨라루스의 인권 상황 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완전하고 투명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옹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본인 SNS를 통해 “EU와 NATO 등 국제 조직과 많은 서방 국가의 조직적 반응이 놀랍다. 일찍이 다른 국가들이 행한 유사 사건과 다른 대응이다”라고 주장했다. 프라타세비치에 대해서는 “극단주의 활동에 연루된 인물 목록에 있다. 이 문제는 벨라루스 내정이다”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실과 진상을 알기 전에 각국은 자제해야 하고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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