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자칫 형사사법체계 신뢰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어 공방이 심상치 않다.
유출돼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진 파일 형태 문건이 공소장인지, 공소장 초안인지, 수사팀 결재문서인지 여부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문건 형태로 볼 때 공소장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소장은 A4 용지 기준 21줄이지만, 해당 문건은 28줄이라는 지적이다. 28줄짜리는 인지보고서 또는 내부 결재문서로 사용하는 양식이라는 말도 있다. 양식을 차치하고라도 해당 문건이 어느 단계에서 나온 것인지는 가려봐야 할 문제다.
공소장 유출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소장을 공개하기 위한 내부지침이 있다. 일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만들어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설명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는 현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핵심은 그 규정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공소제기 후 형사사건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개 가능한 내용은 △피고인 △죄명 △공소사실 요지 △공소제기 요지 △공소제기 일시 △공소제기 방식 △ 수사경위 △수사상황 등이다.
단 제한적이다. 해당 규정에는 사건 관계인 실명은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건 관계인을 특정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는 AOO(35세, 회사원) BOO(40세, 모회사 부장) 등으로만 쓸 수 있다. 이마저도 '직무 관련 범죄인 경우에 한해서'만이다.
첫 공판에서 해당 공소장이 현출되기 전이라도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의결을 거친 경우에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을뿐더러, 공소제기 후에 공개할 수 있는 범위도 크게 벗어났다.
이 지검장 공소장에는 어떤 내용이 기재돼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광철 비서관은 상급자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전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달라고 말했고, 조국 수석은 이 내용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달했다.
규정에 따르면 이런 내용은 이들이 사건 관계인으로 기재됐을 때 공개가 가능할뿐더러 실명은 공개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이들에 대한 내용은 이 지검장 혐의가 아닌 전제사실 부분에 나열돼 있다. 이를 빼면 이 지검장 공소장에서는 범행 동기도 목적도 사라진다. 공소장 일본주의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보수 야권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마저도 '내 편'과 '네 편'이 있느냐"며 "이 정권 법무부 장관들 '내로남불'은 끝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공소장으로 일컬어지는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도 "공소장이 유출된 것은 문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번 문건 유출은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라 공소제기 직후 공개했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다고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나 내로남불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남이 하든 내가 하든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문제가 없다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질문을 되돌려주고 싶다.
그래서 로맨스표 불륜 그냥 두어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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