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바이든호(號)의 급소 공략에 흔들리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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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1-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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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바마·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전술, 당장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없다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파상 공세에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관련한 글로벌 이슈 선점에서 미국의 독주에 중국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트럼프 정권 때와는 완연히 다르다. 당장 미국에 대응할만한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도 중국의 애간장을 태운다. 국내적으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미국의 대외 행보가 더 공격적으로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팬데믹으로 자국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중국의 예측이 정확히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모든 화살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어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년간 거칠게 몰아붙이긴 하였지만, 그나마 거래가 가능했던 트럼프 방식이 오히려 수월했다.

바이든 정권의 중국 다루기 핵심은 철저한 고립화다. 중국의 손과 발을 묶는 그물망을 통해 궁극적으로 백기를 들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의 힘이 대외적으로 뻗쳐 나가지 못하도록 길목을 차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하는 ‘쿼드(Quod)’를 축으로 ‘쿼드 +α’로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계산이다. α에는 한국이나 대만과 홍콩을 비롯하여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아시아 주변국들을 대거 참여시키겠다는 내심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이 마땅치는 않지만, 경제적인 영향력으로 이유로 인해 현실적으로 중국과 등을 돌리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중국의 경제력을 약화시켜야만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의도대로 적중될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들고나온 카드가 글로벌 공급·가치 사슬의 재편이다. 지난 40여 년간 글로벌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나라가 중국이다. 대부분 공산품 수요를 중국에 의존해야만 할 정도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14억 인구와 늘어나고 있는 중산층을 미끼로 하여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이토록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은 모양새대. 경제적 이해득실에서 미국보다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국가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시간과 상황이 중국 편이며, 이러한 속도라면 21세기 중반 이전에 미국을 능가하는 유일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여전히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의 기세를 여기서 꺾지 않으면 가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쫓기는 처지인 것이 미국이다. 오바마 8년과 트럼프 4년, 무려 12년 동안이나 실속 없이 허송세월만 낭비하면서 중국의 국력을 키워준 꼴이 되고 말았다. 바이든이 취임하면서 미국이 제정신을 차리고 중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만한 메뉴를 재발견해낸 것이다. 하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만큼 미국의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신(新)해법은 중국을 맞상대로 인정하면서 글로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닌 틀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전술로 요약된다.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 가다가 타이밍이 되면 미국을 따돌리겠다는 중국의 속셈에 차질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일본·대만에 이어 한국 기업까지 미국 편에, 손 내밀 데가 없어 난감해진 처지의 중국


중국이 중심이 되는 글로벌 공급 사슬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공장을 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의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에 들어가 있는 기업도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을 친다. 더는 제조업의 천국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팔려고 들어가는 기업은 아직 상당수 눈에 띈다. 그러나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을 정도니 잘못 들어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중국 시장을 두고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고 하겠는가. 중국 시장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밖의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난감한 일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되는 14.5 규획의 핵심 과제로 수출보다는 내수를 중시하는 ‘쌍순환 경제’와 ‘기술 자립’에 둔 것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미국은 미래 기술 영역에 대해서도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6G·원전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칼날을 치켜세운다. 갈 길 바쁜 중국에 이는 치명적이다. 기술을 매개로 하는 국가 혹은 기업 간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에 중국이나 중국 기업이 얼씬거리지 못 하게 하겠다고 한다.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기술 보유국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기업마저 이에 합류하는 기류다. 기술 자립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편으론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라는 화두로 인권, 환경 등 기후변화, 기업 지배구조 등에 취약한 중국을 괴롭힌다. 이래저래 코너에 몰리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하나의 중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만은 미국에 밀착하면서 사사건건 중국에 불리한 행동만을 골라서 한다. 또 하나의 아시아 골리앗인 일본은 미국의 공세에 기름을 부으면서 부채질이다. 최근 약한 고리로 걸어둔 한국마저 미국에 기울어지면서 중국의 입지가 갈수록 난처해지는 판세다.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대기업은 미국에 선뜻 대형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주변국 대부분이 중국과의 협력에 시큰둥하다. 틈만 생기면 모든 것을 손아귀에 집어넣고, 혼자 독식하려는 중국의 꿍꿍이속을 익히 안다. 반면 미국은 글로벌 가치 사슬 내에서 이익을 공유하려고 하며, 상대를 배려라는 차원에서 중국보다 후하다. 그게 강자의 지혜다. 발톱을 감춘 중국이 언제 어떤 형태로 튀어나올지 미지수지만 아직은 정중동(靜中動)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 도쿄, 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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