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고래고기 유통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법을 비웃듯 불법포획으로 고래고기가 유통된 것을 생각해보면, 고래고기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 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한편, 정부는 개정된 고시 실행과 더불어 고래류에 대한 해양보호생물 지정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존 10종에서 더 나아가 국내에서 자주 혼획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등을 차례대로 지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국내에 고조된 고래고기 반대여론과 더불어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른 수산물 수입 규정에 따라야 하는 점이 작용했다. 미국은 2023년 1월부터 해양포유류의 혼획 위험이 있는 어업수산물과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금지하게 된다. 이는 자국 어업인들에게 시행하고 있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조치를 국제사회에 요구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조치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닐 만큼 자국 수준의 동등성을 요구하는 것은 수산물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2013년에 화장품 동물실험을 완전히 금지하는데, 실험을 금지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쳐 생산한 화장품에 대해 아예 판매금지를 못 박았다. 그러다 보니 유럽연합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전 세계의 화장품업계는 관행적으로 해왔던 동물실험을 중단하며 대체실험을 모색했고, 우리 화장품업계들도 자발적으로 동물실험을 중단했다. 이렇듯 환경과 동물복지는 국제무역 관계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나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한가운데를 파고 들어가는 우리 사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고래고기를 둘러싼 울산 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함께 정부의 계획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일부의 지역이기주의가 국민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통식문화 규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울산시는 부산시가 구포시장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시장 상인들이 합의를 만들어 나간 사례를 살펴보길 바란다. 우리 사회에서 음식으로 논하자면 개 식용만큼이나 민감하고 갈등 깊은 이슈가 또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인식 변화의 거센 바람을 막아낼 수 없었던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해외의 많은 고래잡이 도시들이 고래사냥을 멈추고 관광지로 변화한 사례들을 가벼이 보지 않은 것 역시 ‘시민과 다시 뛰는 울산’의 면모를 만들어 가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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