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암호)화폐 시장이 악재와 호재의 동시 등장에 명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이란 등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사이 대규모 자산운용사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투자자들의 판단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9월 22일까지 향후 4개월간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회에서 전력난을 이유로 올해 여름 말까지 암호화폐 활동과 채굴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여름철 정전 사태는 종종 발생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올해 정전 사태가 지난해보다 이른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것이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암호화폐 채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내 암호화폐 채굴장 85%가 불법(무면허)이고, 모든 사람이 채굴기를 옆에 두고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며 불법 채굴장이 합법 시설보다 6~7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암호화폐 불법채굴로 이란의 국가전력 소모량이 급증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시라즈 등 주요 도시의 정전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채굴허가를 받은 곳은 이달 중순부터 전력 소모 감축을 위해 사실상 채굴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CNBC는 "지난 몇 달간 이란의 주요 도시에서 정전이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수력발전소 대부분 가동이 감축돼 전력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란 당국은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량 급증이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채굴장의 전력 소비량은 300MW로 전력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 채굴장의 전력 소비량은 2000MW에 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전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낡고 불충분한 전력망 때문이라며 이란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을 앞세워 전력난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란 의회 디지털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자제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은 전체 1%에 불과하다며 "정전의 원인은 암호화폐 채굴이 아닌 자금 지원 중단, 낡은 전력망"이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대규모 전력이 소비돼 중국, 이란 등 전기요금이 싼 곳이 암호화폐 채굴장으로 인기를 얻는다. 이와 관련 이란 당국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채굴을 합법화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수도 테헤란은 물품 수입에 대한 비용을 이란에서 채굴된 암호화폐로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감행했던 대(對)이란 제재를 우회적으로 피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현재 해외에서 채굴된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는 금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의 제재가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다. FT는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며 현재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6.9%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란 현지 매체인 알자지라방송은 "증시 폭락으로 자본시장 불안정성이 가중됐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암호화폐로 몰리고 있다"며 암호화폐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며 이란의 채굴사업도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엘립틱(Elliptic)은 올해 2~4월 이란 내 비트코인 채굴량은 전 세계 채굴량의 4.5%로, 그 가치가 최대 1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중국의 채굴량은 전 세계 70%가량을 차지 채굴량 1위를 기록했다. AFP통신은 암호화폐 전문가 미셸 라우치를 인용해 이란의 비트코인 채굴량이 전체 채굴량의 5~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 금지 조치가 중국, 미국 규제 충격처럼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자본시장 큰 손들은 중국, 미국, 이란 등 각국 정부의 규제 조치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애정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암호화폐를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아이칸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암호화폐를 사진 않았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기회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매수 시점을 탐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이칸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나타난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암호화폐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에 일단 진입하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록도 암호화폐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암호화폐의 기반시설(인프라), 정부의 규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암호화폐가 투자 가능한 자산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암호화폐가 '금'과 유사한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핑크 CEO는 암호화폐가 투기적 자산인지, 장기적 투자자산인지를 지금 당장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투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과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시장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새로운 투자자산 대상으로 분류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현재 암호화폐 시장 2위인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확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트코인을 넘어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거래, 결제뿐만 아니라 계약서, 전자우편(이메일) 등의 인증에 필요한 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이 가능한 '정보의 아마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금지 조치, 블랙록의 투자 여부 검토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악재와 호재가 겹치자 시장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시간 기준 27일 오전 상승 곡선을 그리며 4만 달러 도달을 눈앞에 뒀던 비트코인은 오후 3시 31분 현재 24시간 대비 5.43% 급락한 3만8106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5.40% 미끄러진 2730.11달러를, 리플은 8.31% 추락한 0.97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지코인도 6.69% 떨어진 0.33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란 "비트코인 불법 채굴로 전력난···채굴 금지"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9월 22일까지 향후 4개월간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회에서 전력난을 이유로 올해 여름 말까지 암호화폐 활동과 채굴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여름철 정전 사태는 종종 발생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올해 정전 사태가 지난해보다 이른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것이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암호화폐 채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 불법채굴로 이란의 국가전력 소모량이 급증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시라즈 등 주요 도시의 정전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채굴허가를 받은 곳은 이달 중순부터 전력 소모 감축을 위해 사실상 채굴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CNBC는 "지난 몇 달간 이란의 주요 도시에서 정전이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수력발전소 대부분 가동이 감축돼 전력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란 당국은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량 급증이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채굴장의 전력 소비량은 300MW로 전력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 채굴장의 전력 소비량은 2000MW에 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전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낡고 불충분한 전력망 때문이라며 이란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을 앞세워 전력난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란 의회 디지털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자제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은 전체 1%에 불과하다며 "정전의 원인은 암호화폐 채굴이 아닌 자금 지원 중단, 낡은 전력망"이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대규모 전력이 소비돼 중국, 이란 등 전기요금이 싼 곳이 암호화폐 채굴장으로 인기를 얻는다. 이와 관련 이란 당국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채굴을 합법화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수도 테헤란은 물품 수입에 대한 비용을 이란에서 채굴된 암호화폐로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감행했던 대(對)이란 제재를 우회적으로 피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현재 해외에서 채굴된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는 금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의 제재가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다. FT는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며 현재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6.9%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란 현지 매체인 알자지라방송은 "증시 폭락으로 자본시장 불안정성이 가중됐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암호화폐로 몰리고 있다"며 암호화폐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며 이란의 채굴사업도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엘립틱(Elliptic)은 올해 2~4월 이란 내 비트코인 채굴량은 전 세계 채굴량의 4.5%로, 그 가치가 최대 1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중국의 채굴량은 전 세계 70%가량을 차지 채굴량 1위를 기록했다. AFP통신은 암호화폐 전문가 미셸 라우치를 인용해 이란의 비트코인 채굴량이 전체 채굴량의 5~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 금지 조치가 중국, 미국 규제 충격처럼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가, 정부 규제에도 암호화폐 투자 관심↑
세계 자본시장 큰 손들은 중국, 미국, 이란 등 각국 정부의 규제 조치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애정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암호화폐를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아이칸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암호화폐를 사진 않았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기회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매수 시점을 탐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이칸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나타난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암호화폐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에 일단 진입하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록도 암호화폐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암호화폐의 기반시설(인프라), 정부의 규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암호화폐가 투자 가능한 자산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암호화폐가 '금'과 유사한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핑크 CEO는 암호화폐가 투기적 자산인지, 장기적 투자자산인지를 지금 당장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투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과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시장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새로운 투자자산 대상으로 분류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현재 암호화폐 시장 2위인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확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트코인을 넘어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거래, 결제뿐만 아니라 계약서, 전자우편(이메일) 등의 인증에 필요한 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이 가능한 '정보의 아마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금지 조치, 블랙록의 투자 여부 검토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악재와 호재가 겹치자 시장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시간 기준 27일 오전 상승 곡선을 그리며 4만 달러 도달을 눈앞에 뒀던 비트코인은 오후 3시 31분 현재 24시간 대비 5.43% 급락한 3만8106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5.40% 미끄러진 2730.11달러를, 리플은 8.31% 추락한 0.97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지코인도 6.69% 떨어진 0.33달러에 머물러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