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이 '무브 투 헤븐' '모범택시'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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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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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의 주인공 배우 이제훈[사진=넷플릭스 제공]

"결론적으로 대중에게 '이제훈'이 어떤 모습으로 남길 바라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위로'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영화 '파수꾼'부터 '박열' '아이캔스피크' 드라마 '시그널'이나 최신작 '무브 투 헤븐'에 이르기까지. 배우 이제훈의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을 살펴보면 "사회와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라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같은 시기를 사는 이들의 상처나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어루만지는 작품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런 면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복수를 완성해주는 인물들을 그린 드라마 '모범택시'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들의 이야기 '무브 투 헤븐'은 소재와 인물이 다르더라도 전하고자 하는 바만큼은 닮았다. 작품 속 시대상을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려 하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최근 아주경제는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에서 우연히 유품정리사 일을 하게 되며 성장하는 조상구 역을 연기한 이제훈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단한 연기 철학으로 쌓아 놓은 작품 목록을 돌이켜 보니 반듯한 그와 퍽 닮아 보였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이제훈의 일문일답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의 주인공 배우 이제훈[사진=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모범택시'와 '무브 투 헤븐'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두 작품 모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모범택시'와 '무브 투 헤븐'은 현 시대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 사람과 사회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연기한 인물과 출연작이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길 바란다. '모범택시' '무브 투 헤븐'은 대본으로 읽을 때도 제게 큰 위로와 감동을 줬다. 보는 분들도 이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브 투 헤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입소문을 타는 작품 같다. 공개 직후보다 점점 반응이 뜨거워지는 상황이다
- 가까운 지인이 해준 이야기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라고 하더라. 직접 경험한 게 아닌데도 공감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속으로 '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작품이라 하나둘 마무리 하면서도 아쉽다고 생각했다.

상구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그루의 후견인이 되며 의도치 않게 유품정리사가 되는 인물이다
- 상구는 사랑하는 이를 자기 손으로 떠나보냈다는 죄책감과 사고 후유장해(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인물이다.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을 겪은 상구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그 감정을 계속해서 안고 간다는 게 어려웠다. 연기할 때 '죄의식'에 관한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 또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마음으로 변화하는 상구를 보여주고자 했다.

'무브 투 헤븐'은 유품정리사 김새별 대표의 수필집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김새별 대표와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윤지련 작가님이('무브 투 헤븐'의 작가) 이야기를 만드는 기반이 된 수필집이다. '무브 투 헤븐'을 준비하며 김새별 작가님과 만나게 되었는데 대본 속 상황 등이 다르게 느껴지더라. 유품 정리사가 고인을 떠나보내고, 남은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은 따뜻한 마음과 진실한 마음이 없다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귀한 직업이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우리가 한 번씩 '있을 때 잘할 걸'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이제훈이 연기한 상구 역[사진=넷플릭스 제공]


'무브 투 헤븐'을 찍으며 죽음에 관해 더욱더 깊게 고찰한 모양이다
- 그렇다. 만약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와줄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게 되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도 돌아보게 되더라. 거울처럼 비쳤다. '나는 사람들에게 잘해온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인색했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작품을 찍고 나서는 '부끄러워도 눈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을 꼭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무브 투 헤븐'은 10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청년, 노인,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약자들의 죽음을 전하고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는?
- 두 번째 이야기다. 치매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 유품정리사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을 담았다. 유난히 눈물이 많이 났다. 어릴 적 부모님께 편지를 썼던 기억도 나고······. 순수하고 철이 없는 과거 모습이 떠오르더라. 그런 부분들을 드라마에서 직·간접적으로 보게 되니까 여러 생각이 들면서 절절하고 눈물이 났다.

만약 '무브 투 헤븐' 직원들이 이제훈의 유품을 정리한다면 어떤 것들이 담기길 바라나?
- 작품을 찍으며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저 노란 상자에 내 물건이 담긴다면 어떤 물건이 담기면 좋을까······. 저라는 사람을 설명하면서 여러 이야기가 복잡하게 내포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가 출연한 작품 디브이디(DVD)였다. 배우로서 작품에 열과 성을 다했던 이력이니까.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의 주인공 배우 이제훈[사진=넷플릭스 제공]


최근 제작자 김유경 대표, 양경모 감독과 '언프레임드'라는 제작사를 설립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을 예정이라고
- 단편 기획(프로젝트)을 준비 중이다. 직접 대본을 쓰게 됐다. 현재를 살아가는 2030 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담아보고 이를 하나의 소재 삼아서 쓰고 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에서 12월 말 때쯤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요즘 2030세대가 경제를 어떻게 보고, 이용하고,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 작품을 통해 다루고 싶었다.

올해 '열 일' 행보를 펼쳤는데 차기작은 어떻게 되나
-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빨리 좋은 작품 통해서 연기하고 싶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다. 출연만으로도 영광이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가 저를 찾아왔으면 좋겠고, 오지 않는다면 제가 찾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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