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오픈AI'의 1억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펀드 조성에 참여한다. 작년 오픈AI에서 선보인 초거대 언어 인공지능(AI) 모델 'GPT-3'를 활용해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응용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오픈AI가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라는 이름의 1억달러 펀드를 마련해 참여 파트너들과 함께 초기단계 AI 기업들이 생산성을 비롯한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한국과 중국의 초거대 AI모델 연구에 불을 붙인 자연어처리 AI 'GPT-3'를 개발해 작년 6월 처음 선보인 민간 연구소다. 당초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돼 GPT-2 등 연구성과를 외부에 무료·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이후 부분적으로 영리법인화하면서 GPT-3 모델을 유료화했다. AI 개발에 필요한 인건비와 고가의 컴퓨팅 비용 때문에 내린 결정으로 해석됐다.
GPT-3는 아무런 미세조정(fine-tuning)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여러 언어처리 AI 성능평가 결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파라미터(매개변수) 1750억개와 데이터셋 3000억개로 사전학습된 자연어 생성 모델로, 화웨이의 '팡구-알파(PanGu-α)'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같은 초거대 AI 기술개발 대응 움직임을 촉발시킨 주인공이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GPT-2 AI모델의 경우 SKT와 같은 한국 기업이 한국어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KoGPT-2'를 선보이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등 확산됐다. 하지만 GPT-3는 모델 자체가 제공되지 않고 입력값에 대한 결과를 받을 수 있는 API만 유료로 제공돼 폭넓게 활용되진 않고 있다. 오픈AI가 목적을 벗어나 특정 응용서비스를 제공할 여지도 많지 않다.
이번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투자 대상으로 모집한 스타트업들이 GPT-3와 같은 기술로 유망한 AI 응용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AI의 성능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이 성장함으로써 회수된 자금을 오픈AI의 운영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헬스케어, 기후변화, 교육 등 '전환적인(transformative)'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AI 기술 분야와 개인비서나 의미론적 검색과 같이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AI 도구 분야에서 10개 이내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픈AI의 인건비·컴퓨팅인프라 등 운영비용 부담 해소에 MS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모양새다. MS는 지난 2019년 7월 오픈AI에 10억달러(당시 약 1조2000억원)를 투자했고 작년 5월 오픈AI의 AI 모델 개발 전용 슈퍼컴퓨터를 '애저' 클라우드서비스 기반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9월에는 오픈AI의 GPT-3를 독점 활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가 GPT-3에 대한 대외 공개와 기술 사용을 제한한 덴 비용 문제가 얽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새로 조성되는 펀드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오픈AI의 시스템과 MS가 운영하는 애저 클라우드 자원에 대한 접근권이 제공된다. MS의 슈퍼컴퓨터 기반 GPT-3와 일반 애저 클라우드서비스를 활용한 AI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케빈 스콧 M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는 여러분들처럼 야심만만한 앱을 만들기 위해 GPT-3같은 강력한 도구를 쓸 수 있는 개발자들이 세계에 긍정적인 한 획을 긋게되리라는 걸 안다"면서 "MS는 이 펀드를 지원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MS는 지난 26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Build)' 행사를 통해 GPT-3 기술을 직접 활용한 첫 결과물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영어 문장을 입력해 엑셀 기반 앱 플랫폼인 '파워앱스'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 코드로 변환할 수 있는 일종의 '자동 코딩' 기능이었다. 이로써 비전문가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앱을 더 쉽게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