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달 초 대규모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예고한 가운데 고위직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 사이 고검장 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혀 대검찰청 검사급 검사 빈자리가 12석으로 늘었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밀고 있는 '탄력적 인사'에 보조를 맞출 경우 자진 사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탄력적 인사' 지침에 용퇴 줄이어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가 탄력적 인사를 새 인사 지침으로 삼고, 박 장관이 고검장급 용퇴를 간접 언급한 이후 고위직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조상철 서울고검장(52·사법연수원 23기)이 28일 법무부에 사표를 낸 것을 시작으로 오인서 수원고검장(55·23기)과 고흥 인천지검장(51·24기), 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이 전날 나란히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검찰을 떠나는 건 법무부가 추진하는 탄력적 인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대검 검사급 검사를 탄력적으로 인사하는 안을 논의했다.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 나온 대검 검사급은 고검장·대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이다. 현재 고검장과 대검 차장, 법무연수원장 등은 고검장급이 맡고 있다. 탄력적 인사를 하면 고검장급을 고검 차장검사나 대검 부장검사 등 검사장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사법연수원 기수 역전·파괴 등 파격 인사를 예고한 것이다.
박 장관은 검찰인사위 개최 직전 취재진에게 "인사 적체 문제가 있다"고 검찰 조직을 진단하며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탄력적 인사를 위한 고검장들 용퇴가 필요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이후 용퇴가 잇달았다. 대검 검사급 빈자리는 일주일도 안 돼 서울·수원·대구고검장과 인천지검장,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원장·기획부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12석으로 늘었다.
◆김오수 새 검찰총장 인사 의견 주목
검찰 인사 전 고위직 줄사퇴 여부는 이날 취임한 김 총장 대응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 총장이 박 장관과 같은 목소리를 내거나, 정권 관련 의혹 사건 수사팀 인사이동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용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내부 신망도 한층 떨어질 전망이다.
김 총장이 검찰편에 서서 반대 의견을 내면 박 장관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김 총장은 취임 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조직 안정'을 꼽고 있다. 그는 후보자 시절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취임사에선 "검찰의 굳건한 방파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르면 2일 박 장관을 만나 이달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법무부도 검찰 인사 때 검찰총장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밟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김 총장을 만나 검찰 직제개편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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