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체육 지도자, 운동선수라면 꼭 봐야 할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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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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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가 뜨거워지는 100℃

[사진=나이키 제공]


뉴스가 끝나고, 텔레비전에는 체벌 받는 아이의 모습이 나왔다. 한 성인 남성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운동한다는 애들이 뭐 하는 거야?" 팔을 부들부들 떨던 아이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야?'

한 스포츠 용품 회사의 광고다. 사기업이 공익을 위한 광고를 텔레비전을 통해 내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등에서 진즉에 내보내야 했을 광고가 이제서야 전파를 탔다.

이 광고에는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24)가 등장한다. 그는 코치였던 조재범(40)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조재범은 1심에서 10년 6개월 형을 받았다. 그리고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등의 주장으로 항소 중이다.

심석희 사건 이후 지난해 6월에는 고(故) 최숙현 사건이 터졌다.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에도 스포츠 선수 출신 초선 의원(이용)이 끄집어내지 않았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세상이 떠들썩한지 1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는 '처리가 미흡하다'는 질타를 받으며 이사장이 교체됐다. '윤리 배턴'이 이숙진에서 이은정으로 넘어갔지만,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 산더미다. 피해자들은 오늘도 가해자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산다.

강원체중·고 양궁부 사건만 해도 그렇다. 중학생이 다수의 고등학생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과 함께 신고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신 집행부와 황희 장관이 이끄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선수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뜨거워지다가도 금세 식으며 미지근해진다.

갈 곳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한숨 돌렸다'고 오해했을 가해자들에게 그리고 스포츠, 스포츠 인권 등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에게 이 광고는 경종을 울린다.

이 광고는 스포츠인권연구소의 자문과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스포츠인권연구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인간의 존엄을 해치면서 목표와 한계를 설정하고 쏟아붓는 것이 스포츠의 도덕이라 보기 어렵다. 스포츠 선수들이 책임과 자유를 토대로 자율적 행위와 의사결정을 하며 존엄하게, 즐겁게 스포츠 하는 미래를 그려본다"고 말했다.

김명희 나이키코리아 대표이사는 "다음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고에 참여한 심석희는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향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누군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과거의 굴레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체육 지도자, 운동선수라면 이 광고를 꼭 보길 바란다. 거울과 같이 당신을 비추고 있다.

관계 기관(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등)에게는 광고에 나온 질문을 그대로 해볼까 한다. "달라지긴 할까, 아니면 더 기다려야 되는 걸까?"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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