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 사상 최저치에도 더 떨어진다...에르도안 '중앙은행 간섭'에 급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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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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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새벽 달러당 8.8리라까지 치솟아...3분기까지 '8.85리라' 추가 약세 전망

  • 에르도안, 꼭두각시 총재 앉히고 금리인하 압박 중...오는 17일 통화회의 개최

터키 리라화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중앙은행 책임자를 교체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자, 터키 금융시장 불안세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요동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불안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당 8.5리라 수준에서 거래되던 터키 리라화 가격은 새벽 6시 30분경 달러당 8.8리라까지 폭락했으며, 이후 오전 중 8.6리라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우리 시간 3일 오전 9시 24분 현재 터키 리라화는 전장(달러당 8.5951리라)보다 0.14%(0.0124리라) 오른 리라당 8.5950리라에 거래 중이다.

통화 화폐 사이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의 경우, 대상 통화의 가치(환율)가 떨어질수록 상대 통화를 매매하는 가격은 높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격 등락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최근 터키 리라화는 잦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초 달러당 6.9리라까지 올랐던 터키 리라화 가격은 지난 3월 8일 달러당 7.7698리라(종가 기준)까지 급락했다.

3월 중순 달러당 7.2리라까지 환율이 오르며 안정세를 보였던 리라화는 3월 말 다시 급락하며 지난 3월 26일 종가(달러당 8.1350리라) 기준으론 처음으로 달러당 8리라를 넘어선 후 3월 30일 달러당 8.3312리라까지 떨어졌다. 이후 5월 초 급격히 시장 불안세를 보이던 터키 리라화는 지난달 28일(달러당 8.5484리라)에는 처음으로 달러당 8.5리라 선을 뚫은 상태다.

하지만, 리라 환율은 이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추가 약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에 따르면, 네드 럼펠틴 TD증권 외환 전략가는 "조금 이를 순 있지만, 이달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0bp(1%·1bp=0.01%)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8월까진 총 350bp(3.5%)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럼펠틴 전략가는 향후에도 '몇 주에 걸쳐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은 강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오는 3분기 말까지 달러 대비 리라화 가격 전망치를 달러당 8.85리라로 제시했다.
 
"중앙은행 총재는 꼭두각시"...'저금리가 인플레 잡아' 에르도안, 거짓 주장까지 동원해 고금리 압박

이날 터키 리라화가 급격한 폭락세를 보인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국영방송인 TRT와의 대담에서 터키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통화정책에 간섭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드시 (기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면서 "오늘 중앙은행 총재와 통화했으며, 7~8월 사이에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며 지난 2년 동안 3번이나 터키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했다.

지난 2003년부터 정권을 이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위해 일명 '에르도가노믹스'(erdoganomics)라고 불리는 고성장 정책을 이어왔다. 이는 터키 정부가 대규모 재정 부채를 발행하고 외국자본을 끌어와 각종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에르도가노믹스는 정권 초기 연 6~7% 수준의 경제 성장률 증대 효과를 확인했지만,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만성적인 무역 적자 상태를 부추기면서 점차 경제 성장 폭은 줄어들고 호황과 불황의 주기(사이클)는 종전 5년에서 1~2년으로 빈번해지는 폐해를 가져왔다.

터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환율 불안세를 자국의 외환 보유고로 방어해왔지만, 번번이 환율 방어에 실패하면서 외환 보유고만 소진한 상태다. 이에 외부 환율 환경에 더욱 취약해진 터키 리라화는 지난 2018년에는 '터키 쇼크'라고 불렸던 외환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에 당시 터키 중앙은행 총재였던 무라트 체틴카야는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24%나 급격히 인상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물가가 내리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도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앙정부가 발행한 부채(국채)의 이자 비용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에르도가노믹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따라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낮춘다'는 기초 경제 원리에 어긋난 주장까지 내세우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에 따르지 않는 체틴카야를 전격 경질하고 무라트 우이살 신임 총재를 임명했다. 우이살 총재는 재임 16개월 동안 24%였던 기준금리를 10.25%까지 낮췄고, 지난해 리라화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결국 우이살 총재는 나지 아발 총재로 교체됐는데, 아발 총재를 취임 즉시 기준금리를 10.25%에서 19%로 끌어 올리며 리라화 안정세를 다졌다.

다만, 오는 2023년 재선을 위해 이르면 이달 말 이스탄불 운하 건설 사업을 착공하고 코로나19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무이자 부동산 대출 제도'를 도입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채 이자 부담에 재차 저금리 정책을 요구했고, 지난 아발 총재를 취임 4개월 만에 해임했다.

지난달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재직은 대행하고 있던 오구잔 오즈바스 터키중앙은행 부총재까지 해임하고 친정부 성향의 세미 투먼 앙카라TED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총재로 임명했다. 당시 리라화 가치는 장중 17%나 폭락하기도 했다.

터키중앙은행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17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하지만,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이슨 투비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신흥시장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터키중앙은행에서 독립성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누가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에르도안은 그저 꼭두각시를 앉혀놓고 통화정책을 장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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