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2차례 다 접종한 뒤에 확진된 ‘돌파 감염’이 국내에서 9명이나 나왔는데,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통계상 집계일 뿐 화이자 백신이 돌파 감염에 취약한 것은 아니어서 백신 예방접종을 맞는 국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돌파감염은 백신을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횟수대로 다 접종받고 14일이 경과한 뒤 확진된 사례를 말한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돌파감염 사례는 총 9명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0시 기준 4명에서 10일 만에 5명 증가한 수치로, 전체 접종 완료자 214만3385명(5월 31일 기준) 대비 0.0004% 수준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이날 백신 브리핑을 통해 “국내 돌파감염 사례는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접종 완료자 가운데 면역형성 기간인 14일이 지난 사람(103만9559명) 중 10만명당 0.87명 수준으로, 미국보다 현저히 적다.
미국은 접종 완료자 10만명당 10.2명꼴로 돌파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돌파감염은 여성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평균 감염자 연령은 58세로 집계됐다.
문제는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돌파감염 사례 9명은 모두 화이자 백신 접종자라는 데 있다. 이미 백신을 맞은 시민은 물론 앞으로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대기자 대부분 종전까지 아스트라제네카(AZ)보다 화이자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설 수 있다.
AZ 백신을 맞지 않는 대다수 시민들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제2의 백신 접종을 기다리거나 요구하고 있다. AZ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꼽히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부작용이 있어서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뇌동맥, 관상동맥과 다리 심부정맥, 폐동맥에 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혈전증과 달리 백신 접종 후 4∼28일 사이 혈전이 잘 생성되지 않는 부위인 뇌정맥동과 내장정맥에 발생한다.
반면 화이자 백신의 돌파감염 발생 규모에 대해 방역당국은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돌파감염 증상은 AZ나 모더나, 화이자, 얀센 등 모든 백신에서 종류 불문하고 발견되는 현상일 뿐, 화이자 등 특정 백신에서만 선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권 부본부장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완료율이 화이자에 비해 3분의 1 정도”라며 “결국 완료 규모에 따른 차이일 뿐 앞으로 돌파감염은 백신의 종류 불문하고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화이자 백신을 더 많이 접종했기 때문에 돌파감염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돌파감염이 발생한 접종자에 대해 역학 조사를 벌인 결과, 앞서 확인된 4명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안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돌파감염 5명에 대해서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 중이다.
신규 돌파감염 사례 5명 중 80대가 4명, 70대가 1명이고, 앞서 나온 4명은 50대가 2명이고, 20대와 30대가 각각 1명이었다. 지역으로는 경기 3명, 서울 2명, 부산·충북·경남·제주 각 1명이었으며, 성별로는 여성이 6명, 남성이 3명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돌파감염 사례 중에서도 대부분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이 중에서 아주 극소수만이 사망한다”며 “국내 돌파감염 역시 화이자는 2차 접종이 3주 간격으로 아스트라제네카보다 빨라서 접종 완료자 중에 화이자가 더 많아 사례도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2차 접종 완료자는 222만728명으로 이 중 165만6202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천 교수는 “1회 접종하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2회 접종 후에는 일정 인원 이상도 만나서 식사 가능 등 방역 지침 완화가 이뤄진다는데 이런 부분이 우려된다”면서 “전국민이 모두가 접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위험군을 접촉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 접종을 했더라도 방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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