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공급에 소극적이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4일 금융권 및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중금리 대출 시장의 공급경로를 다양화하고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당초 기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터넷은행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3조3000억원으로 2017년 말 5조5000억원보다 약 4배 성장했다. 이 중 중금리대출의 경우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4년간 총 2조5000억원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출범 초기인 2017년과 2018년에는 공급액이 미미했지만 그나마 2019년과 지난해 공급액을 각각 1조원, 1조4000억원으로 늘린 결과다.
문제는 인터넷은행이 공급한 중금리대출의 대부분이 보증부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로, 고신용자에게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이 지난해 공급한 중금리대출 1조4000억원 중 사잇돌대출이 차지하는 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92%가 넘는다. 사잇돌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이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상품으로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위험은 적다. 반면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해 사잇돌대출보다 위험이 크다.
인터넷은행은 일반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다른 업권에 비해서도 사잇돌대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난해 공급액 기준 업권별 사잇돌대출 비중을 보면 인터넷은행이 91.5%로 일반은행(68.1%)보다 높았으며 저축은행(4.3%), 상호금융(14%)와 비교해서도 크게 웃돌았다.
전체 신용대출 기준으로도 고신용자(1~3등급) 중심으로 공급해 기존은행보다도 중·저신용자 비중이 낮다는 문제도 발견됐다.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중 4등급 이하 차주 비중은 24.2%인데 비해 인터넷은행은 12.1%로 은행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카뱅은 4등급 이하 차주 비중이 10.2%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인터넷은행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신용평가 시스템(CSS)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지연됐다. 카뱅의 경우 인가 당시 2019년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설립 전 CB사가 제공한 일반 국민데이터를 전제로 개발한 CSS를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뱅크 역시 비금융정보(통신, 유통)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에 기초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실제 케이뱅크 고객 정보를 반영한 CSS를 재개발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혁신적 방식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 공급해 나가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2023년까지 매년 연단위 계획을 수립하되, 2024년 이후에도 그간 실적을 재점검해 계획 수립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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