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신세계와 롯데 두 업체 모두 '패닉 바잉'을 피하기 위해 상당히 조심하는 눈치다. 인수가격 역시 3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최초 예상매각가는 5조원이었으나, 이베이코리아의 뚜렷한 한계가 잇따라 부각되며 3조원까지 내려갔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인수전에서 자주 부딪치기에 양사 담당자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수준"이라며 "양사 모두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다 보니 예상 가격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뒷걸음질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3조원 이하로 떨어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베이 본사에서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베이코리아 M&A의 중요한 변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을 꼽았다. 그는 "예상 가격보다 매각 가격이 높다면 결국 신 회장의 결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과 달리 온라인 전환에 상당히 더디다. 롯데그룹이 야심 차게 선보였던 '롯데ON'은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그간 어려웠던 디지털 전환을 상당히 앞당길 수 있다.
또한 롯데그룹은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롯데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9000억원으로 2018년 3조6000억원, 2019년 2조6000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게다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1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과거 `진전이 없다'고 지적받던 롯데의 실적은 이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통 부문의 실적 악화가 뼈아프다. 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등 많은 유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당기순익 기준으로 적자를 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롯데의 유통 부문은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M&A를 한다고 100% 성공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룹 분위기에 변화는 확실히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롯데는 그룹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차원에서 이번 인수전에서 인수 가격을 예상 가격보다 조금 더 높게 써냈을 수 있다. 또한 신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대한 의지가 상당하다. 그는 연초 '2021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및 연구·개발(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DT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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