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선 '윗선 개입' 등 외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9일 이 전 차관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 역시 같은 혐의로 검찰에 보내진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탄 뒤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다.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되기 약 3주 전이었다. 앞서 보도된 택시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택시기사가 운행 도중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묻자, 이 전 차관은 "이 XX놈의 XX"라고 욕을 하며 기사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전 차관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 처리 방침에 따라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았으며, 이후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본인 휴대전화에서 삭제한 의혹을 받았다. 다만 이 전 차관이 요청해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는 점 등을 참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담당자였던 서초경찰서 수사관 A 경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질 예정이다.
A 경사는 사건 발생 5일 뒤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 12월 말 언론 보도 이후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섰을 때도 영상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번 진상조사에서 경찰은 이 전 차관과 서초서 관계자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하고, 휴대전화·사무실 PC 전자법의학(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진행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등을 통해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도 살폈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의심 정황은 없었으나 A경사 상급자였던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형사팀장이 윗선에 허위 보고한 사실은 확인했다.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걸 알고도 이후 진상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언론 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올 1월 서울청에 진상조사단을 설치해 약 4개월간 감찰과 수사를 병행한 자체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이날 발표에 앞서 "이 전 차관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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