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낮 2시 33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무더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에는 전국에서 모인 2000명 남짓의 택배기사 노조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전날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가 결렬돼 이날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참여한 쟁의권을 가진 택배 노조원이다.
노조 측은 5시간 정도 걸리는 분류작업은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공짜노동’이라며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만 5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오늘부터 쟁의권을 가진 2100여명을 시작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게 된다”며 “민간 택배사보다 분류작업을 외면하는 우정사업본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치러진 총파업 찬반 투표는 6600명의 조합원 중 투표권을 가진 5823명 중 5310명이 참여했고, 92.3%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4901명이 파업에 찬성했고, 반대는 539명이었다.
노조 측은 이와 함께 전국에서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 등 지연작업도 지속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선 택배사와 우정본부 측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진택배 김상용 광주지회장을 시작으로 CJ대한통운 김원진 지회장, 윤중현 우정본부 노조본부장, 유성욱 CJ대한통운 노조본부장, 김찬희 한진 노조준비위원장, 이상열 로젠노조 분비위원장 등 모두 연단에 올라 택배사와 우정본부의 부당함을 고발했다.
파업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택배 근로자들이 소규모로 택배를 옮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바로 옆에서 수천명이 택배사를 규탄하는 파업 쟁의를 벌이고 있지만 분류작업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날 이들과 파업 노조원 간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파업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택배노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부산과 경남, 광주, 대전 등 주요 거점에선 지역 지부 중심으로 택배차량과 집회 등을 통해 ‘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며 택배사의 부당함을 알렸다.
택배노조의 파업에도 택배사와 우정본부는 “무리한 요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기구 협의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투쟁 일변도의 택배노조 행보에 절대 동요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 택배사들은 전체 택배기사 5만5000명 가운데 택배노조 가입률은 11% 정도로, 이 중 일부만 파업에 나서는 만큼 전국적으로 택배물류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리점연합회 측도 택배노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사회적합의기구 합의가 우선 돼야 하는데, 노조가 ‘분류작업 거부’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연합회는 노조가 파업을 지속할 경우 ‘합의기구 협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며 불참 통보를 한 상태다.
물론 아직까지 협상 타결의 끈은 남아 있다. 정부와 여당,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합의기구 회의가 15일부터 재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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