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98억년을 산 ‘비틀쥬스’가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인간의 삶’이 대단하다고 격려해주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배우 유준상(52)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순회 인터뷰에서 뮤지컬 ‘비틀쥬스’가 갖고 있는 메시지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랜 기간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위로를 선사한다.
1988년에 제작된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가 원작인 이 작품은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는 ‘비틀쥬스’는 재작년 토니어워즈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같은 해 외부비평가상(최우수 무대디자인상), 드라마 리그 어워즈(최우수 연출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최우수 무대디자인상) 등 브로드웨이 3대 뮤지컬 시어터 어워즈 수상을 석권했다. 워너브라더스가 제작을 맡아 2019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비틀쥬스’역을 맡은 유준상은 “20년 넘게 무대에 섰지만, 이렇게 큰 벽에 부딪힌 것은 처음이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다 내던지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몸을 만들고 노래하고 춤을 췄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매일 산에 가자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고 있다. 격렬한 연습으로 인해 몸무게는 66.5kg까지 줄어들었다. 연습할 때 쓰는 마스크는 운동 선수들이 차는 ‘모래 주머니’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유준상은 “3~4주가 지나자 어느 순간 춤을 추는데 몸이 가벼워졌다. 정말 신나게 췄다”라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깨달은 게 많다. 새로운 나를 시작하는 작품이다”라고 되돌아봤다.
코로나로 뮤지컬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비틀쥬스’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신작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200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작품과 1000만 달러의 중소규모 공연으로 나뉜다. 브로드웨이 공연 제작비가 250억원 정도인 ‘비틀쥬스’는 ‘물랑루즈’와 견줄 수 있는 대형공연에 속한다.
유준상은 “관객들은 서커스를 보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손을 한 번 툭 치면 무대가 바꿔 있다. 0.5초~1초 사이의 타이밍(순간)이 중요하다”라며 “브로드웨이에서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작품이다. 한국 제작사에서도 규모를 맞추기 위해 장비를 구입하고 음향 시스템을 바꾸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 노래에 대해 유준상 “뮤지컬은 노래와 이야기가 따로 있지 않다. 말하듯 노래했다”라며 “첫 곡은 죽음에 관한 노래인데 래퍼처럼 빠르게 부른다. 비틀쥬스는 98억년 동안 누구와도 얘기할 수 없었기에 사람들을 만나면 말을 많이 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비틀쥬스’는 오는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베테랑 배우는 신인처럼 각오를 외쳤다.
“기가 막힌 작품입니다. 무대에서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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