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법관 탄핵 사건'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10일 오후 2시 열렸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피청구인이미 임기가 만료돼 판사직을 퇴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진행해 얻는 '실익'이 없다"며 탄핵 재판의 취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반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퇴임은 '파면'된 것이 아니라 공무원 연금이나 혜택, 변호사 자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설령 파면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심판을 거쳐 '부득이하게 기각한다'고 선언하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탄핵심판의 이익은 명백히 있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이 적법한지, 일사부재리(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두 번 이상 심리·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형사상의 원칙)에 반하는지, 임 전 부장판사의 퇴임(지난 2월)으로 탄핵소추 기한이 이미 소멸한 것인지 등이었다.
국회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에 개입한 혐의 ▲도박 혐의로 약식기소된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 사건에 개입한 혐의 등을 사유로 들어 탄핵소추를 청구했다.
국회 측 청구인 측으로 참석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추사실 요지를 밝혔다. 그는 "피청구인(임 전 부장판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게 구체적인 재판에 관해서 개입하고, 간섭했다"며 "이 사건 탄핵심판은 한 사람의 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법원과 법관들이 사법권 독립 원칙 하에 사법권을 추행하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먼저 탄핵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은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소추 당시에는 현직법관 신분이었으나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해 3월 1일 이후로 법적 지위가 변했다"면서 "탄핵심판제도의 본질적인 기능은 '법률을 위반한 경우 그 권한을 박탈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핵심판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심판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은 "피청구인은 퇴직한 것이지 파면된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적 정의의 수호라는 본질을 바로잡고 선례를 남기기 위해 심판의 이익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심판 제도는 영국에서 발전해 미국을 거쳐 왔다. 원래 전직 공무원에 대한 탄핵이 가능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현직 임기를 만료했다고 더 이상 탄핵심판을 할 수 없다면 임기만료 무렵 생기는 공직자의 불법행위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반문했다. 덧붙여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진행할 경우, 사건 당사자가 관련 형사사건 등에 연루되는 등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언급했다. 임기 종료에 따라 탄핵의 권한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은 탄핵의 본질(헌법 질서 수호·보장)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대리인 측은 지난해 임 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죄에 대한 형사재판 사례도 언급했다. 1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이 법관 독립을 침해했다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반면 국회 측은 "헌법 침해 행위에 대해 동의·동조했다고 위헌성이 조각되거나 위헌 사유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탄핵심판 사유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 관련 양형이유 등에서 단순한 오기나 오탈자가 있다면 바꿀 수 있지만 그걸 문제 삼는 것이 아니고 단어를 바꾸면 판결의 의미를 바꾸는 것인 만큼 이는 초법적 행위"라며 "형사재판에 출석한 법관들이 '조언이었다'라고 진술한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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