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리누도 그렇다. MBN '보이스 킹'에 출연, 4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과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호소력으로 순식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태우의 '여우비',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리누만의 감성으로 내놓은 그는 심사위원들에게는 만장일치를, 동료 가수들에게는 동경의 눈길을 받으며 막강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이런 리누를 두고 누군가는 "혜성처럼 등장했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벌써 20년 차 가수다. 김범수의 '오직 너만', 이홍기와 유회승의 '사랑했었다', 바이브의 '비와', 김동준의 '나 혼자', 엠씨더맥스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유명 가수들의 가이드 보컬로 활약해왔다. 보컬계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그가 '보이스 킹' 출연을 두고 오래 고민한 것도 같은 이유다.
"현직에 있는 가수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길 망설이는 건 떨어졌을 때 타격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도 오래 활동해왔고 나름대로 아는 이들도 많은 상황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게 용기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마음을 비우게 되었고 '보이스 킹'에 출연하면서 초심을 찾게 됐죠."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자존심을 세울 위치도 아니고, 인지도를 쌓아야겠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지난해 소속사를 옮길 때, 대표님께서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였어요. 마음을 비울 기회였죠."
'보이스 킹' 첫 방송에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소화한 그는 뛰어난 가창력과 감성으로 올 크라운을 받아 2라운드에 진출했고, 첫 방송부터 강력 우승 후보로 점쳐졌다. 2라운드 1대1 지목 임무(미션)에서는 김태우의 '사랑비'로 무대를 꾸몄고, 독보적인 음색과 폭발적인 고음으로 압도적인 점수 970점으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가수라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1라운드는 보컬을, 2라운드는 신나는 음악을 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3라운드에서도 그동안 하지 않았던 분야를 해보려고 해요(인터뷰 당시는 3라운드 방송 전이었다). '괴물 보컬'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가 마음을 내려놓고 '보이스 킹'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느낄 수 있었다. '흑역사'처럼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의 긴 무명 시절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결과였다. 팬들의 사랑에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알고 타인의 충고도 가슴 깊숙이 새길 줄 알게 되었다.
"저는 어떤 편견이나 등급을 나누는 식의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싫어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전하는 충고는 가슴에 새기는 편이죠. 들었을 때 가슴을 울리는 충고들! 제게도 도움이 많이 돼요."
그는 선배 가수 박강성의 현실적인 충고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털어놓았다.
"박강성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제가 가수 활동을 하면서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오래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 시절 선배님과 인연이 있었는데 ('보이스 킹'에서 다시 만난 뒤) 오랜만에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가까워졌어요. 선배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 것을 버리지 않되 다른 이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고집이 센 편이었는데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선배님의 충고를 들으니 더욱 와 닿았어요."
현재 리누는 자타공인 '보이스 킹'의 유력 우승 후보다. 방송 관계자는 물론 참가자들도 그를 우승 후보로 점치고 있다.
"정말 기분도 좋고 또 부담도 돼요. 사실 제 목표는 우승이 아니었어요. 그냥 4곡만 불러보자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라서요. 하하하."
경연 프로그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부담감도 커지는 법. 무대를 꾸미며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압박감도 엄청나죠. 가장 어려운 건 (경연에서 부를) 곡 선정이에요. 어떤 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력이 바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경연 프로그램 덕에 곡을 대하는 자세가 바뀐 것 같아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고요. 진정성이 생겼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그의 무대를 보며 놀랐던 점은 조금도 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연 프로그램의 압박이 상당할 텐데도 무대에 오르는 그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타고나기를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아요. 무대를 마치면 엄청난 환호가 몰려오니까. 오히려 그런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요. 천생 무대 체질인가봐요."
대학 시절 온갖 가요제를 휩쓸고 다닌 덕도 컸다. 경연에 관한 압박감이나 부담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가요제 꾼'이었거든요. 경연을 앞두고 압박을 느끼지 않는 터라 다른 참가자들이 신기해하곤 해요. 하지만 이마저도 노력으로 단련이 된 거예요. 그냥 만들어진 건 없어요. 나름대로 긴장하지 않는 비법이 있다면, 두려움을 설렘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무대 뒤에서도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다'라고 생각해요."
데뷔 20년 차. 리누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리누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보이스 킹'만이 아니라 제가 확실하게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고요. 상황을 보고 따지면서 일하기보다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는 '보이스 킹'의 애청자와 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보이스 킹' 게시판이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응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있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세요. 팬분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과거 리누는 인터뷰를 통해 "제 음악을 듣는 연령대가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던 바 있다. '보이스 킹' 출연 이후 세대 불문하고 관심을 얻고 있는 그에게 '목표를 어떻게 다시 세워보고 싶으냐'고 물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싶어요. 최근 가수로서 생긴 목표예요. '재야의 고수'라는 말, 더는 듣고 싶지 않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가수 말고, 대중적으로 많은 이가 알고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