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2월 10일 국방부에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을 옥죌 전략을 마련하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행정명령을 내린 날로부터 100일 이내에 대 중국 전략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24일 상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 장관에 대해서 역시 100일 이내에 주요 산업 핵심제품의 공급망을 재검토해 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4월 15일까지 모두 49개의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랜덤(각서)’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의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연방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대통령의 명령으로서 시급한 핵심 국정과제를 처리할 때 동원된다. 대통령 메모랜덤은 행정명령보다는 약한 조처로 간주되지만 정부 부처의 정책과 방침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들을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한시바삐 되돌리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6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4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2건을 기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워싱턴),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워싱턴)에서 신산업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을 겨냥한 포석임에 틀림없다. 그 사이인 4월 29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바이 아메리칸’정책을 필두로 한 산업정책 패키지를 선보였다. 미증유의 대규모 경제활성화 예산을 담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3일 59개 중국기업에 대해 주식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고, 여기에 감시기술를 제공하는 기업도 포함시켰다. 이는 2020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보완·확대한 조치다. 중국 정부의 군사적 개발과 인권침해와 관련되는 기업에 대한 자금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금지 대상에는 통신 대기업 화웨이를 비롯, 감시카메라 제조기업과 3대 국유 이동통신업체들이 들어있다. 8월 2일부터 발효되는 이 조치는 보유주식을 2022년 6월까지 매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기술이전 규제와 기업 자금흐름이 막히면 큰 타격을 입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1탄으로 주식거래 제한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그 다음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이라는 환율 유도 전략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국은 30여년 전인 1985년 플라자협정에서 엔화의 평가 절상이라는 환율전략을 시도해 일본을 궁지에 몰아넣은 경험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조치의 책임 부서를 국방부에서 재무부로 이관하고, 리스트에 추가할 기업에 관한 결정을 금융제재를 숙지하고 있는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계국(OFAC)이 판단하도록 했다. 중국과의 지속적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만반의 조치를 다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각오와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8일 4개 핵심제품의 공급망 강화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2월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와 첨단 패키징,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 의약품과 의약품 유효 성분 등 4개 분야에 관한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의 취약성을 평가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즉각 대응할 것’과 ‘중장기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구별되고 있다. 보고서는 첫머리에서 공급망의 취약성을 높여온 요인으로서 (1) 미국 내에서의 불충분한 제조능력, (2) 불완전한 인센티브와 단기주의적인 민간시장, (3) 동맹·우방국, 경쟁국이 도입한 산업정책, (4) 글로벌 소싱에서의 지리적인 집중, (5) 제한적인 국제협력 등 5가지를 들고 있다.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제언을 보면 예를 들어 배터리 분야에서 에너지부(DOE)는 ‘리튬전지를 위한 국가의 청사진’(2021년 6월 중순)을 발표하고, 6월 후반에는 관계자를 소집한 ‘배터리 원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4월과 5월에 개최된 미·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기반으로 동맹·우방국과 공정한 반도체의 배분, 생산 증가, 투자 확대에 대한 관여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협력이라는 맥락에서는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동맹·우방국의 민관 이해관계자를 초청해 ‘공급망의 강인화’에 관한 글로벌 포럼을 주최한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장기 대응책으로서 국제 무역규칙 강화와 불공정한 무역관행과의 전쟁을 내세우며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미국 단독의 통상법 집행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강화방안 중에는 상무부가 네오디뮴 자석의 수입에 관해 1962년 통상확대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시작할지 검토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국내외에서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내걸고 연방정부의 조달 안건에 적용되는 ‘바이 아메리칸법’에서 중요 소재에 관한 새로운 규칙안을 발표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한 예산 등 바이든 정권이 의회 공화당과 협상하고 있는 ‘미국 고용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은 6월 8일 척 슈머 원내총무(뉴욕주)의 주도 아래 초당파 차원에서 마련한 ‘미국혁신경쟁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컴퓨터 칩, 로봇공학 등 과학기술 혁신에 향후 5년동안 무려 25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직후 성명을 통해 “수세대에 걸친 과학 연구와 기술혁신에 대한 가장 큰 투자로서 미국이 미래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세대 투자(generational investment)를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총무도 “이 법안이 오랜 시간 동안 통과된 가장 중요한 입법 중 하나이며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원의 이 법안 가결은 미국이 중국의 글로벌 강대국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일관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회 내의 보기 드문 초당적 공감대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 이 법안은 앞으로 하원에서의 법안 내용 조정과 가결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미 국방부는 다음 날인 9일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월 행정명령에 따른 중국 태스크포스 전략 보고서를 승인했다. 상당부분이 대외비로 분류되어 비공개처리 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명시된 권고안을 바탕으로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국의 최우선 당면 과제로 중국이 일으키는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주요 부서 차원의 노력을 개시하는 내부 명령을 전군에 하달했다. 오스틴 장관은 주요 실행계획(이니셔티브)들이 부서별 프로세스와 절차에 초점을 맞추고 부서 지도자들이 중국으로부터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전체의 노력에 더 잘 기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설명했다. 실행계획들은 정부와 전문기관간 파트너십을 통한 협의와 조정을 통해 개발되어 미국의 중국 정책에 대한 다각적인 작업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이 이니셔티브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다 큰 접근 방식으로서 향후 미국의 국방전략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태스크포스의 구성원은 국방부 내 모든 서비스 부서, 여러 전투 사령부, 합동 참모부, 국방부 장관실, 정보 커뮤니티의 대표들을 포함했으며 지난 수개월 동안 수백 건의 인터뷰와 수천 페이지의 정책, 분석 및 정보를 검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영국에서 진행된 G7 정상회의(6월 11~13일)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신산업전략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G7은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라고 하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그룹이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깔고 있는 포위망이 한층 뚜렷해질 것이다.
한국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입각해 중국을 겨냥한 이러한 미국의 신산업전략의 큰 틀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한국형 신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 기간 동안 한국의 신산업 전략을 구상해 이를 차기 정부에 넘겨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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