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를 둘러싼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이 오는 25일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4일 SK브로드밴드가 법원에 변론 재개를 신청한 상태라,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선고일이 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재판은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발생시킨 대규모 트래픽에 대한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개념을 거론하며 SK브로드밴드가 이용자에게 이미 비용을 한 차례 걷었기 때문에 CP에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는 망 중립성 개념을 내세우며 통신사를 대상으로 소송전에 나서면서도 정작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비판이 최근 제기되는 주된 이유다.
넷플릭스는 2014년 2월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와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버라이즌, AT&T, 프랑스 오렌지 등 미국과 프랑스 통신사에도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한국 간 데이터 전송을 위해 일본 도쿄에 오픈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설치,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망 사용료는 일본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반면 도쿄에서 국내 넷플릭스 고객을 연결하는 망사용료는 국내 통신사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대표 CP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국내와 해외 기업 간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매년 총 10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국내 망 이용료는 회피하면서도 네이버, 카카오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트래픽 중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81%로, 트래픽은 국내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약 30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국내 대표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82%, 1.42% 수준에 불과하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CP들이 망 중립성을 앞세워 망 사용료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에 “망 중립성은 중소 CP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성격의 규제로, 넷플릭스 등은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4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가 신청한 망 이용대가 관련 재정에 대한 결과 발표를 앞둔 상태였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넷플릭스 주장에 반하는 결론을 낸 것으로 사전에 파악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메일, 채팅 등 텍스트 위주의 초창기 인터넷과 달리 최근 고화질 영상들이 인터넷 콘텐츠의 주류로 등장하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은 외면한 채, 트래픽 전달에 수반되는 네트워크 비용 자체를 낼 수 없다고 어깃장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ISP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해 콘텐츠 사업을 하면서 그에 합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3차 변론기일에 넷플릭스는 인터넷 거버넌스 원칙을 재판부에 상세히 설명 드렸다”며 “이는 ‘전 세계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인터넷의 기본 정신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만이 트래픽 증가를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답은 기술 혁신에 있고 넷플릭스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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