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가치'로 뭉친 G7...'인권 규탄·코로나19 기원 조사·체제 경쟁'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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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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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바이든, 공동성명 결과에 대체로 만족...나토·EU 정상회담 이어가

주요 7개국(G7)이 강력한 '반중 가치'로 뭉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 국가는 신장웨이우얼·홍콩·대만 등에 대한 인권 훼손 상황을 규탄하고 코로나19 기원 조사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민주주의 체제의 경쟁 우위를 결의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對)중국 압박망을 구축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드온 라흐만 수석 외교논평가의 사설을 통해 지난 11~13일 진행했던 G7 정상회의의 기본 의제는 '중국과의 경쟁'이었다고 평가했다.

라흐만 논평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보여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분열의 불씨를 당기기만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강한 대조를 이뤘다"면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으로 서방 동맹의 상황이 분명하게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진행 중인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쪽),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해당 자리인 확대회의 1세션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이번 정상회의는 G7 사상 처음으로 폐막 공동성명(코뮈니케)을 통해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방위적인 국제사회 현안에서 중국에 대한 규탄과 책임을 촉구했다.

우선 이번 성명이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중국 당국의 인권 훼손 문제와 불공정 경제 관행을 비판한 동시에 글로벌 인프라 기금(펀드)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G7 정상은 "중국에 신장웨이우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할 것과 홍콩반환협정과 홍콩 기본법이 보장하는 홍콩의 권리와 자유, 고도의 자치를 지키라고 촉구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진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현재 중국 당국이 국내 문제에서 가장 곤란해하는 부분을 짚었다. 

또한 성명은 "우리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의 지위를 바꿔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명시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양안 이슈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아울러 G7 정상들은 "글로벌 경제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저해하는 중국의 비시장(Non-Market)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적 접근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면서 시 주석이 중국을 중심으로 구상한 세계 경제권 구축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B3W 사업 구상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8년도 G7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에는 한 문단이 통으로 할당됐지만, 중국은 명시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당시엔 중국과 관련해 어떤 사안에서도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회의는 중국을 겨냥해선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낸 반면, 러시아에 대해선 일단 유보적인 평가를 내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외교적 해법 병행 등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특히 이날 G7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2단계 기원 조사 착수와 중국의 협조를 명시적으로 요구해 당장 중국 당국이 G7의 요구에 압박받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조차 전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다음 단계 조사에서 중국 측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투명한 태도를 촉구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향후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다만 이날 공동성명은 중국에 대한 강한 비판에도 구체적으로 당장 중국 측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지점은 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FT의 라흐만 논평가는 "이번 성명은 '현금(Hard Cash)'보단 '가치' 측면에서 더 강했다"라면서 "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단계가 뒤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라흐만은 이어 10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 공유와 B3W 인프라 사업 등으로 이들 국가가 내놓기로 한 현금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이는 이번 G7 공동성명의 효력이 눈에 띄게 모호해지는 지점"이라고 평가하고 "G7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처에도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하며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유럽 순방 일정에서도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와의 추가 경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날 공동성명을 두고 "이제 여러분은 우리가 중국을 똑바로 다루는 것을 볼 것"이라면서 "중국은 인권과 투명성에 대한 국제 규범에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난 중국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는다. 협력할 것에는 협력할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 것에는 솔직히 말하고 모순되는 행동에는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가장 깊이 있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세계를 이끌기 위해 테이블로 돌아왔다"고 말해 동맹들과의 반중 협력 강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실제 다음 날인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미국과 유럽의 군사 동맹) 사무총장은 CBS에서 "우리의 안보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이 우리의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은 나토가 대중 관련 정책을 발전시키고 강화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문(일부 생략함). [자료=유럽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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