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작년에 총 53억3200만원의 수수료 순수익을 거둬들였다. 직전 연도 5억7400만원에서 10배가량 확대된 규모다. 이는 나머지 4대 저축은행(SBI, OK, 웰컴)이 관련 적자 폭을 일제히 키운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SBI의 수수료 적자는 -708억1700만원에서 -971억7900만원 △OK는 -160억9600만원에서 -274억3600만원 △웰컴은 -32억200만원에서 -46억700만원으로 각각 커졌다.
직접적인 원인은 ‘중도해지 수수료’다. 페퍼의 관련 수수료 수익은 2019년 71억2200만원서 작년 128억원으로 78%나 늘었다. 이는 경쟁사(SBI 61%, OK 47%, 웰컴 28%)의 증가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이 규모만 놓고 봤을 땐, SBI(183억8500만원) 다음으로 수익 규모가 크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고객이 대출을 예정보다 빨리 상환할 때 발생하는 금액을 일컫는다. 통상 고금리 대출을 해지한 뒤 대환 대출을 이용할 때 많이 발생한다.
신용대출과 관련해서도 7개 상품 전체(다이렉트론1·2, 페퍼루300, 소호프라임론, 스탠다드론, 이지론, 자산론)에 최대 2%의 상환 수수료를 적용 중이다. 반면 OK는 11개 상품 중 2개(한도우대, 자영업자)만 각각 1%, 1.8%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웰컴도 최대 수수료율을 1.7% 수준으로 낮췄다. SBI 역시 사이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비상금통장에 대해선 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외에 다수의 중소 저축은행들도 자발적으로 관련 수수료 폐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올 들어 폭증세를 지속 중인 ‘가계 부채’의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가 크다.
높은 해지 수수료는 대출 차주가 조금이라도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직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에 상대적 저신용자들이 밀집된 특성을 고려하면 위험부담은 더욱 크다. 따라서 금융당국 역시 중도상환 수수료의 단계적 인하를 종용해 오던 상황이었다. 이를 통해 고위험 대출 채권의 금리를 낮추면 그에 비례하게 건전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생계형 차주가 금리가 낮은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해지 수수료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는 특히 최근처럼 (대출) 건전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선 생계형 차주의 위험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오는 10월 출범을 앞둔 ‘비대면 대환 대출’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관련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됐을 때, 비로소 당초 추진 목적인 ‘중금리 대출 확대 및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대출 전, 관련 사안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향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경우, 자칫 큰 폭의 수수료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상대적 고신용자일수록 손해 규모는 커진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평균 이용고객보다) 신용도가 높은 경우,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대출을 받기 전에 미리 관련 사안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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