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확정 고시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노선 신설이나 연장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에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힘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압박이 계속되면 기존 입장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이 이달 말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 고시된다. 현재 발표를 위한 마지막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표심'을 자극해 국토부가 막판에 노선을 수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가 주무부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GTX-D 노선은 이미 정치 논리에 휘말려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 상황이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김포 골드라인을 직접 탄 뒤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노선 개선을 촉구했고, 14일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선 변경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역민 반발에 GTX-B 노선 선로를 활용해 D노선을 서울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 운행하고, 환승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평 환승 방안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노선 신설이나 변경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광역철도망 노선 반영을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에는 당초 지자체가 요구한 대전 반석~세종청사~조치원 구간만 반영됐고, 오송~청주 도심~청주공항을 잇는 구간은 빠졌다.
대구시와 광주시 등도 달빛내륙철도를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기존 철도로 3시간 30분 걸리는 대구와 광주 간 소요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요구하는 민원을 받아들이면 정책 일관성과 신뢰도가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민과 지자체,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주무부처의 중압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전조사 등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이후에는 일관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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