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꼬인 한·일관계] ②'변한 건 없다' 각하 판결에도 日자산 현금화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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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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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후나코시, 내주 방한...한·일 국장급협의 열 듯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 변호인인 강길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서 원고 패소 판결과 같은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꼬이고 꼬인 한·일 관계는 '현금화'라는 최대 변수를 앞두고 있어 한층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일본 측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라고 거듭 요구하는 이유도 현금화에 대한 우려가 큰 까닭이다.

한국 정부는 3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갈등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다.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징용·위안부 피해 배상 관련 국내 법원의 달라진 기류에도 곧 다가올 일본 기업의 현금화를 우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법원에서는 최근 일제강점기 징용·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과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잇달아 이어졌고, 이에 따라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해빙을 점치는 목소리가 일부 나왔다. 그러나 일본 측 기류는 현금화에 대한 우려로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일본 기업들의 징용 피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거론, 한국민 개인의 청구권은 말소됐다며 일본 기업의 피해 배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국내 사법부가 일본 기업의 판결 불이행에 따른 후속조치인 현금화, 즉 일본 기업의 국내자산 매각 절차에 착수하면서 한·일 관계는 얼어붙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라며 수차례 엄중히 경고해왔다.

외교소식통은 "최근 징용 및 위안부 피해 배상 판결이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이 났지만, 1심 판결에 불과하고 앞으로 남은 별개의 판결이 40건 이상"이라며 "일본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는 행정부가 사법부 판단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또한 피해자 우선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뜻도 함께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을 중심으로 징용·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4일엔 국무조정실 주재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민관협의회의'가 열고 징용·위안부 피해 지원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 당국자는 "관련 부처 관계자뿐 아니라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며 "조만간 또 회의를 열 계획이 있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중 한·일 국장급 협의도 열릴 전망이다. 

일본 교도(共同)통신 보도에 따르면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한국을 찾아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상렬 외교부 아태국장의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기도 한 후나코시 국장은 지난 4월 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를 열고 징용·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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