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제약사들은 뜻한 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항체의약품에 이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날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디지털 2021'에 참가해 개회사 연사로 나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가 마주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높은 품질과 빠른 속도, 효율성을 기반으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의 무균 충전 및 마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등의 위탁생산, 위탁개발, 위탁개발생산 사업의 성장세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한 260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매출 1조원 돌파가 점쳐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등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개발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53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체 매출 중 위탁생산과 위탁생산개발, 코로나19 백신 유통 관련 매출이 포함된 용역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올해 1분기 969억원으로 급증했다.
셀트리온은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 임상 3상 결과, 치료 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이에 국내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렉키로나에 대한 품목허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GC녹십자, 유한양행 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주요 제약사들은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거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사태 속 일찌감치 '혈장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며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을 계획이었으나, 허가 당국에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지난 4일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하며 개발을 사실상 포기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항체 기반 치료제 전문기업인 앱클론과 손잡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현재 식약처 내 진행 중인 허가·심사 사례는 없다.
다만 주요 제약사 중 한미약품은 제넥신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지난달 맺으며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18일 제넥신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DNA백신 후보물질 'GX-19N' 개발 및 위탁생산에 대한 1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245억원 규모다.
한미약품은 mRNA 백신 생산이 가능한 평택 제2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모더나와 같은 mRNA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 측은 아직까지 mRNA 백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히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