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어몽어스' 채팅창 보고 까무러친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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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6-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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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 시대에 뜬 온라인 게임 '어몽어스', 저연령층에 대유행

  • 게임 내 채팅 통해 욕설, 성희롱 등 불건전한 대화에 쉽게 노출

  • 악성 채팅은 명백한 범죄 행위지만... 해외 게임이라 제재 어려워

한 달 전 우연히 아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다가 채팅창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어요

인기 게임 ‘어몽어스’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가 한 말이다. 어몽어스에서 음성이나 텍스트를 통한 소통은 게임 진행에 필수 요소다. 하지만 게임과 무관한 성희롱, 음담패설 등 선정적인 대화를 주고받거나 성 착취 정황까지 나오지만, 해외 게임이라는 이유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들도 즐기는 '어몽어스', 부모는 채팅창 보고 '화들짝'
1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어몽어스’를 이용하는 자녀의 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개발사 ‘이너슬로스(Innersloth)'가 2018년 6월 모바일용으로 출시한 어몽어스는 우주선 안에 이용자 4~10명이 모여 ‘임포스터’라는 범인 역할을 맡은 이용자를 찾는 일종의 마피아 게임이다. 국내 구글 플레이에 제시된 어몽어스 이용 등급은 7세 이상이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9세 이상으로 제시됐다.

최근 어몽어스를 즐기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게임 내 대화창을 보고 충격을 이어갔다. 학부모들이 모인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우연히 아들 게임하는 것을 보다가 채팅창을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나랑 잘래’, ‘여자 구함’ 등 선정적인 채팅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 어설프게 한글을 읽는 아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무 화가 나서 게임을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아이가 재밌게 하길래 남편과 셋이서 해봤는데 욕하는 채팅방 보고 바로 삭제했다”, “게임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채팅이 엉망이다. 아이가 물어보는 단어는 다 욕이었다” 등 후기를 전했다.
 

어몽어스 게임 대기 화면. [사진=정석준 기자]
 

이날 기자가 직접 어몽어스를 설치해 접속하니 곧바로 ‘흥분하게 만들어달라‘, ’누나 할 사람 구한다‘, 'XX 구함' 등 불건전한 대화 내용을 암시하는 방 제목이 나왔다. 또한 ’몸 사진을 보여달라‘, ’알몸을 공개하자‘ 등 성 착취를 연상케 하는 요구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는 경찰과 협력해 게임 채팅을 통해 접근해 성 착취 범죄를 벌인 가해자를 검거한 바 있다. 서울시가 소개한 게임을 통한 성 착취 범죄 사례 피해자는 모두 초등학생이었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이 가진 익명성을 이용해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벌였다.

이 같은 문제는 한국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 지역 매체 KTLA는 “부모가 게임 내 채팅에 대해 염려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임의의 이용자와 놀면서 부적절한 이름이나 내용을 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전문 매체 키드스팟(kidspot)은 “자녀가 어몽어스 게임을 한다면 보호자와 함께 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채팅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이너슬로스는 미성년인 이용자의 채팅 사용을 금지하고 미리 설정된 대화만 할 수 있는 퀵챗 기능과 부적절한 대화에 대한 신고 기능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계정에 등록된 생년월일을 조작하거나 설정을 통해 제약이 없는 채팅으로 곧바로 바꿀 수 있어 ‘무용지물’이다.
 
악성 채팅은 명백한 범죄인데···해외 게임은 제재 어려워

[사진=이너슬로스]


출시 당시 단순한 2D 게임에 특별한 재미 요소가 없다고 평가받은 어몽어스는 3년 만에 구글 플레이 내 다운로드 수 1억회를 넘어서는 최고 인기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어몽어스가 인기를 끈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반사이익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게임 특징상 소통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어몽어스는 비대면 시대에 아주 적합한 형태로 주목받았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밝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준 지난해 어몽어스 설치 수는 786만6558회로 게임 분야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10대 이하 연령층에는 이들이 익숙한 플랫폼인 트위치나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어몽어스를 콘텐츠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유행처럼 번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어몽어스는 유통업계에서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문구용품이나 장난감에 어몽어스 캐릭터를 사용하고 관련 도서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어몽어스 개발팀은 세계적인 인기에 비해 관리 능력이 부족한 모양새다. 그 이유로는 개발사 규모가 꼽힌다. 어몽어스 개발사 ‘이너슬로스’는 어몽어스 업데이트단 4명이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는 소규모 독립 게임사다. 이너슬로스 측은 올해 1월 업데이트 발표를 하며 “직원 4명만으로 구성된 우리 회사는 구조조정과 프로세스 파악, 새로운 외부 파트너 협력 등에 2개월을 투자해야 했다”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악성 채팅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13조에 따르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미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채팅 등을 통한 불건전 행위를 엄격히 금지되고 강력히 제재하고 있다. 넥슨은 AI를 활용한 텍스트 탐지 기술을 통해 게임 내 욕설과 광고성 채팅을 분류해내는 중이다. 엔씨소프트도 특정 단어 사용을 금지하는 채팅 자동제한 기능과 AI 스팸 필터링 등을 사용 중이다.

전문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해외 게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해외 게임 심의를 하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사후 신고를 하게 돼 있지만, 현재 잘 되고 있지 않다. 문제가 생겨서 시정 조치를 요구해도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으면 현지 회사 관계자를 출석시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몽어스 콘텐츠는 전혀 선정적인 게임이 아니다. 결국 쓰는 사람이 문제다. 회사가 관리 감독을 하고 이용자 계정을 막는 등 강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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