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철도 24개 노선에서 연 1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성을 위한 운행임에도 정부의 손실보상률은 23%에 그쳐 철도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철도 전 노선 손실…정부 보전 제한적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철도학회 2021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고속철도 개통 및 확대로 일반철도는 자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일반철도의 모든 노선이 적자인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철도의 철도사업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한국철도는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여객에서 7524억원 손실 △광역철도 4491억원 손실 △화물철도 2967억원 손실로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 24개에서 총 1조498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총손실 중 정부의 PSO(공공서비스의무) 보상은 3500억원에 그쳤다. 고속철도 운영으로 발생한 887억원의 흑자로 부족분을 메꿔도 1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
김한수 한국철도공사 책임연구원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노선이라도 KTX나 광역교통이 운행하는 노선이라면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벽지노선에만 PSO가 한정돼 있어 경부선·호남선 등은 손실이 많아도 코레일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속철도로 수요·수익이 옮겨가면서 경부선 일반열차는 최대규모의 적자노선이 됐다.
경부선 일반열차는 2003년 1520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 후 2016년 1351억원 손실을 기록했으며, 호남선 일반열차도 같은기간 218억원 손실에서 453억원 손실로 손실폭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2005~2020년 PSO 정산액의 평균 보상률은 75%에 그친다. 누적 미보상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김한수 연구원은 "벽지노선 평균보상률이 2005~2016년 90%에서 2017~2020년 66%로 급감했다"며 "보상률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선 적자 보전은 기본, 이익 인정해주기도
해외에서는 철도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보전해주는 구조다.
유럽의 경우, 선로 등 시설부분은 공적분야로 보고 재정지원이 일반화돼 있다. 2012년 기준 지방 및 교외철도 수송실적의 98.5%가 PSO 대상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지방노선에 대해 지방정부에서 선로사용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독일은 지방정부가 단거리·지역철도 운영자를 선택하고, 지방화 기금으로 55% 수준의 보조금을 부담한다.
일본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제3섹터 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등 공공이 철도를 소유하되 운영은 민간에 맡기는 방식이다. 영업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경영안전지금을 마련했다.
김현옥 한국철도공사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지역 노선이 PSO 대상에 해당하며, 직접 수혜자인 지방정부가 공급자와 계약을 이뤄 보상을 진행한다"며 "우리나라는 주무관청인 중앙정부에 의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적자의 일부만 보상해 주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등에서는 적자 보전뿐 아니라 이익까지 인정해주고 있다.
정부·지자체 노력 절실…사업 다각화 방안도
전문가들은 효율성과 공익성 측면뿐 아니라 공공성까지 확보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철도 손실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보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수 연구원은 "벽지노선 선정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KTX 등 간선기능을 삭제하고 전체노선의 일부로 벽지노선 구간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기준을 유지하면 2020년 기준 1047km인 벽지노선이 2025년 500km로 대폭 감소한다"며 "일반열차 운행이 단구간 고반복 운행체계로 변경되면 수요가 낮은 구간을 벽지노선 구간으로 지정해 PSO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부선·호남선 등은 KTX가 운행하는 구간이라도 교통낙후지역 비율이 높아 PSO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부선은 50%, 호남선 83%, 전라선 89%가 교통낙후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PSO 보상도 절실한 상황이다.
김현옥 연구원은 "철도가 건설·운영되는 단계에서 지자체의 실질적인 협력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지방교부세를 활용해 지방 철도건설비 또는 운영비를 신설하는 방식 혹은 철도의 환경우위성을 근거로 환경개선보조금을 신설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부대사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현옥 연구원은 "2017년 기준 일본 철도운영사의 경영실적을 보면 7곳의 JR 중 북해도를 제외한 나머지 운영회사가 흑자경영을 달성했다"며 "다양하고 활발한 부대사업이 일본철도 운영기관의 흑자달성 비결"이라고 꼽았다.
실제로 JR 운영사는 운수업 외 쇼핑센터, 부동산업, 외식업 등 다양한 역 공간 활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JR큐슈의 경우, 운수서비스 수익 비중은 44.8%인 반면 유통·외식 26.1%, 부동산 15.9% 등 비운수업 수익이 과반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철도공사법 등 법적 규제로 철도운송 관련 자산임대와 광고, 주차장 등 부대사업만 추진할 수 있어 사업영역이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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