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원자로 SMR 선진국은 이미 각축전…한국만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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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6-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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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형원자로 경제성 효율성 높아 선진국들 수십조 투자

  • 우리나라 2012년 세계 최초 SMR 개발 후 기회 못살려

  • 주한규 서울대 교수 "스마트부터 먼저 짓고 원전 생태계 살려둬야"

대형원전과 SMR의 내부 비교도.[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최근 탄소중립 정책의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떠오르고 있다.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은 기존의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력 공급의 공백 우려도 있다.

이에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해 전력 공급의 공백을 막아서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SMR을 지목해 관심을 끌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SMR에 대한 연구는 이미 속도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의 SMR 표준설계인가를 받아놓고도 그 기회를 방치한 전력이 있다. 원전업계와 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2012년 개발했던 소형원전 SMART(스마트)의 건설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무장한 SMR··· 선진국들 군침

SMR의 특징은 간편함과 경제성이다. 기존의 대형원전이 가진 단점을 줄이고 장점만 극대화한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SMR은 100~300메가와트(㎿)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전이다. 한국형 원전으로 유명한 APR-1400의 전기출력이 1400㎿인 것을 고려한다면 SMR은 약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형화를 추구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기능을 담기 위해 SMR은 콤팩트한 설계방식을 가진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가 하나의 원자력 압력 용기에 일체형으로 담겨 있다. 기존 대형 원전이 기기별로 따로 연결된 점과는 반대의 방식인 셈이다.

이 같은 설계방식 덕분에 SMR은 사고 시 방사능 유출 위험도 적은 편이다. 반면 대형 원전은 각 기기가 모두 따로 연결된 방식이기 때문에 연결부위에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이 공동 개발하려는 170㎿급 한국형 혁신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안전성 기준으로 10의 마이너스9승분의1(10억년에 1회 발생)의 노심손상빈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확률이 10억년에 한 번이라는 의미다. 이는 대형 원전의 10의 마이너스5승분의1(10만년에 1회 발생)보다 1만배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100㎿짜리 모듈 하나당 비용을 약 4000억원으로 추산한다. 'APR-1400' 1기의 건설 비용은 약 5조원으로 알려졌다. APR-1400 1기가 SMR 14배의 전기 출력을 낸다고 가정하면 어느 쪽이건 비슷한 금액이 들어간다. 다만 활용도 측면에서는 SMR의 장점이 훨씬 많다. 우선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완공까지의 시간도 짧다. 공기가 단축되면 다양한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완공 후 SMR의 이동배치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을 추진 중인 iSMR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올해 3분기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연구를 시작해 2028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이 수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만큼 국내에서는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에서는 국내에 iSMR을 건설하는 것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iSMR의 상용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보다 8년 먼저 개발했는데··· 현실은 암울

한·미 정상회담 이후 소형원전이 탄소중립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울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원전을 개발했다는 실적이 있지만, 이후 국내 기술실증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늦게 개발을 시작했지만 이미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로드맵이 진행 중이다. 기술격차를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SMR 시장에서 단순 시공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시작은 미국보다 8년 빨랐다. 2012년 원자력위원회에서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스마트로 SMR 기술을 확보했다. 다만 이후 실적이 없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형 원전에 집중했으며, 문재인 정부 때는 탈원전 기조가 발목을 잡았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는 2028년까지 혁신형 SMR(iSMR)의 개발 목표를 잡았다. 이후 8년간 4000억원을 투자해 SMR의 불씨를 살린다는 각오도 밝혔다. 다만 선진국과 실질적인 투자금의 차이는 크다. 현재 선진국들은 SMR 개발을 위해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과거에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3월 사우디와 한국형 소형원전인 스마트에 관해 동반자 협력을 맺었다. 이어 사우디 정부로부터 투자비 1억 달러까지 지원받았다. 2017년에는 스마트의 용지 타당성 조사와 인허가 심사 등 실질적 개발을 위한 사우디의 적극적인 요청이 지속됐다.

하지만 국내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사우디가 스마트 인허가를 영어로 하자고 한국에 제안했지만 우리나라는 한글을 고수하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2개 국어로 이 건은 마무리됐지만 1년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인허가 기관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우디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연구원 등 3자 컨소시엄 요청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2018년 사우디의 원전 담당 공무원 15명이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스마트 관련 교육을 받기 위해 방한했지만, 안전 기초교육만 이수 받고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사우디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코로나와 사우디 정세 등 대외여건도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는 부처별 협업이 잘되지 않고, 탈원전 정책 기조가 남아 있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한국형 소형모듈원전 스마트(SMART)부터 지어라”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SMR의 개발도 좋지만 이미 우리나라가 개발해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스마트부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원전은 2012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인가를 받았다. 1997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을 시작해 약 15년 만인 2012년 거의 지을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는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소형원전에 비해 좀 통통하다는 특징이 있다. 출력도 미국 것에 비해 큰 편이다. 이 때문에 트레일러에 싣고 운반을 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뉴스케일에 비해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 교수는 스마트의 건설이 꼭 내륙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륙까지 깊게 들어갈 것이 아니라 원전을 원하는 사우디의 해안가에 설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는 스마트의 목적이 전력 생산도 있지만, 해수담수화도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국가에는 특히 바닷물을 끓여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기술의 필요성이 높다.

최근 정부에서 주목하는 혁신형 소형 원전인 iSMR은 그 다음이라고 주 교수는 꼬집었다. 스마트보다 iSMR이 좀 더 규모가 작아 트레일러나 기차로 수송할 수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과 경쟁이 가능한 부분이다. iSMR도 중동의 해안가를 먼저 공략하는 게 순서라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규모면에서 iSMR은 다양한 중동 국가의 내륙 진출도 가능하지만 도로사정을 고려하면 아직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렇게 소형원전의 진출이 조금씩 진행된다면 국내 원전의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고 수요도 계속 늘어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지금 한국형 SMR을 개발한다고 해도 선진국들보다는 늦게 됐다”며 “스마트는 15년이 걸렸기 때문에 이 기술을 활용하면 iSMR의 상용화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기간 내 우리 원자력 업계가 살아남을지 걱정”이라며 “이 때문에 확실한 방법은 우선 스마트를 먼저 사우디와 같은 곳에 건설하는 것이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와 국내 전력 수급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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