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 핑궈일보, 역사의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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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6-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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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인어]


핑궈일보(蘋果日報). 홍콩의 유력 타블로이드지다. 핑궈, 중국어로 사과란 뜻이다. ‘이브가 금과(禁果)를 따먹지 않았다면 악(惡)도 없고 뉴스도 없었을 것’이란 의미로 지었다. 1995년 창간 당시 광고는 도발적이었다. 머리 위에 사과를 과녁처럼 얹어놓은 사주 지미 라이가 온몸으로 화살을 맞고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사과를 베어먹는다. 탄압에도 꺾이지 않겠다는 '언론의 자유'를 상징했다. 연예인 가십성 기사로 유명했지만, 반중 기사도 거리낌없이 쓰는 홍콩의 몇 안 되는 반중매체였다. 우산혁명(2014년), 송환법 반대시위(2019년)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중국 공산당엔 ‘독사과’로 낙인 찍혀 자산이 동결되고, 기업 광고가 끊겼다. 사주, 편집국장 등 핵심 간부는 줄줄이 체포됐다. 결국 오는 26일 창간 26년 만에 폐간될 것으로 보인다. 친중으로 돌아서거나(싱다오일보), 홍색자본에 인수되거나(SCMP), 아니면 폐간되거나··· 홍콩 매체들의 운명도 참 기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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