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나와 타인과의 거리,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호주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 ‘보물섬’(Treasure Island)이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2019년 부산점에서 열린 ‘항명하는 광휘’(Recalcitrant Radiance)전에 이어 국제갤러리가 개최하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에서 여는 첫 전시다. 지난 17일 개막한 전시에는 신작 25점을 선보인다.
호주 원주민 출신인 보이드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관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보이드 작가는 초기 연작 ‘No Beard’(2005~2009)를 통해 오랫동안 호주 식민지 역사의 영웅으로 추앙받아 온 쿡 선장을 ‘해적’으로 재해석했다.
보이드 작가는 국제갤러리를 통해 공개한 영상 속에서 “영화와 문학작품은 서사를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라며 “인물들이 여러 작품을 통해 역사적으로 표현되어온 방식은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나 장소를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짚었다.
다른 시간을 알리는 동시에 작가 자신을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껏 내 선조들이 표현되어온 전통적인 방식과 다르게 이들을 표현해 보려고 한다”라며 “내 작품은 모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이다. 나라는 사람이 있게 된 것은 선조들의 존재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을 작품에 표현해 우리의 역사적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역사의 서사에서 제외됐던 작가의 가족도 작품에 담았다.
‘Untitled(GGASOLIWPS)’는 1928년경 폴 섹스턴과 함께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탐사’(Great Barrier Reef Expedition)에 참여한 작가의 증조부인 해리 모스만이라는 인물을 담고 있다. 모스만은 호주 정부가 원주민 어린이들을 강제로 가족들과 분리한 정책과 그 희생자를 지칭하는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에 속한다.
또 다른 작품 ‘Untitled (TDHFTC)’에서는 역사를 관통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변화를 거쳐 전수된 전통춤의 공연을 준비 중인 작가의 친누나의 모습을 재현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달과 화성에서 온 파편을 만져 본 경험이 영감을 줬다.
보이드 작가는 “영상에서 암흑 물질은 사람들이 시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우주의 팽창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소개했다.
시공간을 연결하는 보이드 작가의 회화와 영상 작업은 점으로 구성돼 있다.
볼록하고 투명한 풀(glue)로 찍은 점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한다. 작가는 “이 렌즈는 우리가 하나의 집단으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지각하는 방식, 즉 복수성(plurality)과 다양성(multiplicity)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보이드 작가가 만든 각기 다른 점들이 모여 역사와 가족, 우주 등 다양한 개념으로 확장되는 작업은 흥미로웠다. 보이드 작가 만의 색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점 하나하나가 ‘보물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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