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서 산업계 수요에 비해 2만9000~4만명의 소프트웨어(SW) 관련 분야 인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IT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과 대기업에서 광범위하게 SW 관련 분야 인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은 SW 인재 병역특례, 비자발급, 대학교 SW 전공 정원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생존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정부가 쭉 SW 인재를 양성해 왔는데, 왜 부족한가.
"구조적인 미스매칭 문제다. 인재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 공급이 거기에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고,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은 그 흐름을 전면화시켰다. 과거 IT기업에만 한정됐던 SW 인재의 필요성이 모든 산업, 행정, 교육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족한 문제는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단기간에 사람을 특정한 인재로 양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Q.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나.
"경쟁력 있는 사업을 하기 위해 유능한 SW 인재, 개발자가 필요하다. 여건이 되는 기업들은 전 직원 연봉을 1000만원씩 올려주거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00만원 주고, 경력직을 영입할 땐 사이닝보너스까지 주면서 SW 인재 확보에 나섰다. '네카라쿠배'에선 이게 가능하더라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스타트업 기업엔 해법이 없다. 소수의 대기업과 유능한 개발자들에게 좋은 상황으로 느껴지겠지만, 몸값이 올라가면 회사가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능력이 출중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솎아내게 된다. 길게 보면 전체 SW 산업계 일자리,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좋지 않다."
Q. 인재가 여건이 더 나은 기업으로 가는 건 당연한데.
"SW 산업계에 새로 들어온 인재들을 경력자로 양성하는 무형의 비용을 중소기업들이 지불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신입 SW 인재를 채용해 프로젝트로 훈련시키고 성장한 인재를 대기업들이 연봉만 좀 높여 주면서 쏙쏙 빼 가는 구조다. 대기업이 인재 양성 책임을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는데, 지금의 경영자들이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이걸 재고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말까지 현대·삼성 등 재벌 기업이 각 계열사들의 필요 규모보다 더 많은 인재를 공채로 뽑아 기본 직무교육을 한 후 계열사에 배치해서 일을 하게 했고, 몇 년 뒤 그런 사람들이 다른 회사에서도 일을 할 수 있었다."
Q. 단기적인 SW 인재 부족의 해법은.
"민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학사·석사 SW 전공자 병역특례 확대다. 정부가 수년 전부터 병역특례 폐지·축소 방침을 밝혀왔는데, 신중하게 재고해야 한다.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국방부에서 인구가 줄어드니 입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지금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나라 전체의 사정이 있는데, 그런 걸 감안한 조정이 필요하다. 병역특례뿐 아니라 입영한 군 복무자도 민간 SW기업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그중 뛰어난 사람은 채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군이 청년 인재의 역량을 키우고 취업연계도 해주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시도해 볼 만하다."
Q. 또 다른 부처가 나설 일이 있을까.
"당장 외국인이라도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특히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남방국가에 뛰어난 SW 인재 많다. 우리 기업이 이곳의 외국인 전문인재를 고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자(E-7) 발급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예를 들면 영입할 외국인의 전문 분야 관련 상위 200위권 내의 대학 전공학과 졸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건 대학 졸업장 없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찾아도 못 데려오게 만들 상황이다. 낡은 규제를 풀고 외국인 취업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당장 비자 발급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면 정식채용 전 단계부터 외국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같은 곳의 시설을 스마트오피스로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이 원격으로 한국 기업을 위해 일할 여건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력을 검증받도록 하고."
Q. 비슷하게 움직이는 나라가 있나.
"미국이 지금 '인재 전쟁'을 선언했다. 에릭 슈미트를 위원장으로 두고 지난 2년간 정부 자문기구로 가동된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에서 올해 3월 최종보고서를 냈다. 핵심 메시지는 '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미국을 추격하는 것을 용납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하는 데에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권고다. 예산 규모 수백조원의 AI기술 관련 재단을 만들고, 미국의 STEM(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를 합친 말) 관련 학위 취득자에게 영주권을 발급해 주고 기술이민·창업이민을 대폭 확대하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바이든 정부가 그 권고사항을 하나하나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선 또 500명 규모의 '디지털서비스 사관학교'를 설립해 SW·AI 인재를 양성하면서 국방, 안보, 공공 분야에서 5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했다."
Q. 우리 국민들을 SW 인재로 키우려면.
"혁신성장, 디지털 전환, 디지털 뉴딜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대학교에서 SW 인재 양성을 맡을 관련 학과 입학정원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 대학교에서 절실하다. 지금은 SW 인재 양성을 통한 혁신성장과 국토균형발전·수도권과밀억제 정책과 상충해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방에선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 대학교 운영이 어렵고 신입생이 부족하다고 난리인데 오히려 수도권을 늘려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발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SW 관련 학과 입학정원을 규제한다고 지방대 운영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안은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우선순위를 정해서, 단기 혁신성장을 통한 돌파구를 만들어 지역균형발전을 보완하거나 해야 한다."
Q. SW 인재양성 대책에 교육부·국방부·외교부·법무부 이름은 없던데.
"국가적인 SW 인재 대란이다. 특히 시급한 SW 인재 확보의 단기 대책 마련을 위해 대통령 주재 긴급 토론도 열렸다. 각 부처가 추진할 수 있는 최대한 유연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어떤 부처들은 갖고 있는 권한 안에서 그렇게까지 도전적인 시도는 안 된 것 같다. 현재 시점에 병역특례 확대처럼 유용한 대책이 없는데 축소·폐지 기조를 고집하거나, 사후 단속 강화로 위장취업 같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데 외국인 취업 비자 발급을 과감하게 확대해 볼 시도조차 안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Q.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자구책도 중요할 것 같다.
"SW 전공자들이 부족한 상황에, 큰 기업들이 비전공자를 채용해 IT직무 인턴·교육을 운영하고 정직원 전환 노력을 하고 있다.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고 이걸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내부에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외부에 개방해 모든 업계 종사자와 학생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SW 관련 전공의 입학정원을 늘릴 수 없더라도, 대학교는 비전공자 학생들이 SW 관련 전공을 복수·교차·융합 방식으로 공부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이때 대학에 필요한 실습장비·조교 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Q. 기존 SW 인재들이 이탈하지 않고 오래 잘 다니게 할 방법이 있을까.
"개발자 중심의 조직과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발인력과 업무를 조직의 부속품으로 취급하지 말고. 다른 부서에서 다 결정된 정책이나 계획을 들고 와서 개발 부서에 넘겨 실행해 달라고 하면 일단 개발자 중심 조직이 아닌 거다. 그런 곳에선 개발자들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다',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껴서 떠난다. 개발자 중심 문화를 만들려면 기업이 바라보는 업의 본질부터 바뀌어야 한다. 은행을 예로 들면 그저 은행이 아니라 '금융업 기반의 SW회사'로 스스로를 정의해야 한다. 물류회사도,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근본을 재정의해야 조직문화가 바뀌고 업무 프로세스와 생산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