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실 호텔을 1·2인 주거공간으로”...국내 최대 규모 코리빙 하우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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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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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GRV, ‘라마다 앙코르’ 리모델링해 300실 규모 초대형 코리빙 실험

  • 삶의 질 높이기 프로젝트...주변 원룸 가격에 공용 라운지·헬스장·시네마룸 이용

  • “공용 공간, 공유 주거의 핵심...청년 주거 문제 해결하고파”

1인 가구의 증가는 현상이지만, 1인 주거공간의 부족은 난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는 소형 아파트를 구매했지만, 대부분은 값비싼 월세를 내고 오피스텔이나 빌라에 산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고시원이나 원룸을 전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인 가구는 2025년까지 690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1인 주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급격한 1인 가구 증가가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뚜렷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리빙과 대형화...1인 주거 문제 대안 될까

스타트업 MGRV는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대형 코리빙 하우스’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코리빙은 셰어하우스처럼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해 주거 비용을 낮추는 한편, 침실과 화장실 등 개인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주거 형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20~30실의 소규모 시설만 공급돼 사용자들이 셰어하우스와 별 차이를 못 느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임차인이 적다 보니 수익성이 낮았다. 그동안 1인 주거 시설 공급이 오피스텔 분양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사업에 머물러 있던 이유다.

MGRV는 기존 문제점을 대형화로 돌파했다. 300실 넘는 주거공간과 400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코리빙 하우스를 조성해 개인들에게 제공하는 공용 공간을 극대화하고, 규모의 경제로 얻은 이익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MGRV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공급한 '맹그로브 신설' 1인실 모습. 개인 공간에는 침대와 책상, 수납공간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코리빙 하우스의 특징은 방대한 공용 공간이다. 주변 원룸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면 개인실과 함께 공용 라운지, 공용 주방, 헬스장,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MGRV]

초대형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 ‘맹그로브 신설’이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하던 호텔 ‘라마다 앙코르’를 6개월간 리모델링해 311개 실에 최대 411명이 거주할 수 있는 코리빙 하우스를 오픈했다. 국내 코리빙 시설 중에는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1·2인실로 제공하는 개인 공간뿐만 아니라 공용주방, 세탁실, 웰컴라운지, 헬스장, 카페, 시네마룸 등 30여 개의 공용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용 공간은 좌석 수용률이 86%에 육박한다. 입주자 대부분이 공용 시설을 이용해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맹그로브 신설점은 MGRV가 공급한 두 번째 코리빙 하우스다. 1호점은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공간으로, 총 24가구 규모다. MGRV는 1호점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1인 가구의 생활방식과 공간에 대한 니즈, 애로사항 등을 데이터화 해 2호점 설계 단계부터 활용했다. 그 결과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게 이용하는 3개 타입의 주방과 감각적인 1층 카페, 침실을 벗어나 일할 수 있는 워킹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외부에서 손님이 왔을 때 맞이할 수 있는 협업(코워킹) 공간과 시네마룸, 헬스장까지 마련했다.

조강태 MGRV 대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대형화라는 길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을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이 공간에 장시간 머물면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주거 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소비자를 관찰하고, 개별공간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설계를 도입했다. 대형화라는 과제를 넘어선다면, 과거에 없던 새로운 주거 스타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꼭대기 층에 조성된 공유 라운지. 입주자들은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업무를 볼 수 있는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인 가구와 사회 초년생들이 잠 자는 공간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사무실 또는 카페라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이 층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어 외부인과 미팅 진행도 가능하다.[사진=MGRV]

1인 주거 공간의 혁신, 가격 혁신으로 이어질까

관건은 가격이다. 맹그로브 신설의 월세는 1인실 기준 60~70만원대, 2인실 기준 40~50만원대다. 계약 기간은 하루부터 일 년 이상까지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기간이 길수록 월세가 낮아지는 구조지만,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부담하기에 적은 비용은 아니다.

월세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용 공간을 줄이고 임대 공간을 350실, 400실로 늘리면 된다. 같은 공간에서 받을 수 있는 세입자가 많아지면 수익성이 좋아지므로 다른 세입자들의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 저렴해진 임대료는 또 다른 세입자를 모집하기에 매력적인 조건이라 공실 걱정도 덜 수 있다.
 

맹그로브 신설에는 총 3가지 타입의 공용 주방이 있다. 내성적인 사람은 혼밥을 먹기 편하게 배치돼 있기도 하고, 파티 분위기를 내면서 요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주방 구성도 준비돼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다. [사진=신보훈 기자]


MGRV는 이 간단한 해법을 거부했다. 임대수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단이지, 창업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MGRV는 청년들이 닭장같이 좁은 공간에서 살지 않게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공용 공간의 축소와 임대 수익률 극대화는 MGRV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었다. 그들이 토지를 개발해 주택을 분양하는 일반 디벨로퍼와 달리 ‘임팩트 디벨로퍼’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공용 공간은 공유 주거의 핵심이다. 가격과 공용 공간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도심에서 1인 가구와 청년의 주거가 사회 문제화 되는 상황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공용 공간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려고 했다”며 “공용 공간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임대료를 낮출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2030 역세권 청년 주택 등 지자체의 인센티브만 받아도 1인실 기준 40만원 월세가 가능하다. 또 다른 금융 구조도 있을 거다"며 "우리는 (공용 공간 축소가 아닌) 제3의 방법을 통해 인당 10~15만원의 임대료를 줄일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최하층에는 멤버 전용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쇼파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비스듬이 기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른 한편에는 헬스장과 1인 운동실, 시네마룸, 락커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1인 가구의 생활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설계가 돋보인다.[사진=신보훈 기자]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도 300~400실 규모의 코리빙 하우스가 연달아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와 자산운용사와의 협업 등 대형화를 위한 자금 조달 방법도 다양화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공급되는 코리빙 하우스의 규모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MGRV의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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