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해외선 아티스트, 국내선 범법자? 갈림길 선 타투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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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6-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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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투 경험자 300만명, 하지만 여전히 불법에 놓인 타투 업계

  • 30여 년 전 대법원 판결로 타투는 여전히 불법... 타투 업계 "타투 위상 과거와 달라"

  • 타투 합법화 반대하는 의료계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안전상 위협 부를 수 있어"

[사진=타투이스트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인스타그램]
 

세계적 스타 브래드 피트와 릴리 콜린스가 찾는 타투이스트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SNS에 본인을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김 지회장은 최근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선 아티스트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타투(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타투 업계 종사자들은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뀐 만큼 법 제도도 그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며 타투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30일 타투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료 면허 소지자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의료인에게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복지부)의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 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를 보면 타투 경험자 171명 중 의사에게 시술을 받은 사람은 단 1명(0.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인 문신전문샵(66.3%), 미용시설(24.3%), 오피스텔(6.6%) 등에서 시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대부분 타투 시술이 불법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약 30년 전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92년 당시 타투 시술에 대해 '침습적 의료행위'라고 봤다. 침습적 의료행위는 수술용 메스나 바늘 등이 인체 내로 들어가서 이뤄지는 치료로, 대법원은 문신용 침을 통한 질병 전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인해 약 2만여명의 타투이스트와 20만명 가량의 반영구 화장사의 시술은 30년 동안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로 단속대상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타투는 음지로 숨어들었고, 타투를 하거나 받는 사람 모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김 지회장은 "주변 타투이스트들은 변심한 손님에게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돈을 노린 협박과 범죄에 노출돼 경찰수사를 받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의 한 작업실에서 타투이스트가 SNS로 타투 관련 게시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타투 업계 종사자들은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과거 조폭을 상징하던 타투가 최근 개성 표현으로 여겨지고, 타투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이들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8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타투 인식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70.9%)은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했다.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답한 이들도 52.9%에 달했다.

금기시돼 오던 타투가 개인 취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타투 시술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대는 26.9%, 30대는 25.5%가 타투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커지는 수요 만큼 국내 타투 시장 규모도 거대해지고 있다. 한국타투협회가 밝힌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원(반영구 화장 약 1조원·타투 약 2000억원)에 달한다.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류호정 의원. [사진=연합뉴스]

타투를 바라보는 인식이 180도 달라지자 경찰과 군도 인사 채용 규정에서 타투 관련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타투 합법화에 거리두기 중이다. 비의료인이 타투 시술을 하면 안전상 위협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무자격자에 의한 문신(반영구화장)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비의료인에게 문신을 허용하면, 문신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능해 국민 건강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문신보다 침습성이 적거나 유사하다고 보이는 벌침과 쑥뜸도 면허 없이 할 경우 무면허 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명백한 신체 침습 행위인 문신 시술을 비의료인에게 허용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타투이스트 김도윤 1인 시위 [사진=연합뉴스]
 

의료계의 이런 우려에 김 지회장은 오히려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타투 합법화를 지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타투가 타투 합법화를 통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면 타투 업자에게 위생과 안전관리 의무, 관련 교육을 이수할 책임이 부여돼 소비자는 더 안전한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김 지회장은 "지금까지 의료계는 타투 시술에 사용되는 색소를 문제 삼아왔다. 하지만 이들 논리대로라면 눈썹과 아이라인 등 반영구 화장 문신 시술을 많이 하는 성형외과야말로 안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일정 자격을 갖춘 타투이스트의 시술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타투업법 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대표 발의한 상태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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