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구당 한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그 주택에 들어가서 오래 살아라'라는 정부의 메시지가 로또로 변질된 청약시장, 대출규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혼재된 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 정부는 정책 수혜 대상자로 삼았던 30대 신규 주택 수요자들의 믿음도 얻지 못했고, 다주택자들에게 출구전략을 만들어 주지도 않았다. 정부는 시장의 방향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시장은 늘 정부의 생각이 닿지 않는 부분에서 움직인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3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1년 하반기 건설·주택경기 전망'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책에도 매수 대기 수요가 존재하고, 매도인은 매물을 내놓을 요인이 없어졌다며 올 하반기 전국 주택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각각 1.5%, 2.3%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반기에도 주택 매매, 전세 동반상승한다
김 연구위원은 하반기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1.6%, 지방 매매가격 상승률은 1.3%로 예측했다. 연간 상승률로 보면 수도권은 6.5%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지방은 4.4%로 작년(4.3%)보다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수요자들의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기존 주택 매매 시장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잇단 공급신호에도 불구하고 생애최초 주택 매입자가 증가하는 등 수요 우위는 여전하다"고 했다. 반면 "매도인 입장에서는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줄어들었다"며 "다주택자 비율이나 증여거래 추이를 볼 때 수요보다 매물이 적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세가격 역시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매물잠김 효과로 작년 상승폭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전세가격 상승률은 2.3%로, 연간 상승률로 보면 5.0%다. 지난해 전세가격 상승률인 4.6%보다 0.4%p더 높다.
김 연구위원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최근 당정을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하반기 시작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및 분양 가격이 시장 눈높이에 걸맞은 수준이냐에 따라 매매시장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주택 예비 매수자들은 여러모로 시장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물량은 40만 가구로, 전년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48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공공 부문이 8만5000가구, 민간부문이 40만 가구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공부문 부진을 만회하면서 공공 민간 모두 증가할 전망이다.
하반기 건설 수주액도 역대 최대
이날 세미나에서는 건설산업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197조4000억원으로 전년 수주액인 194조1000억원 대비 1.7% 증가했다. 상반기 수주액은 전년보다 15.2% 늘어났지만 하반기에는 금융규제 강화 영향으로 수주액이 8.3% 감소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수주가 늘어난 원인으로 "공공수주의 공공기관 발주 증가 영향으로 해당 부문 수주가 전년 대비 4.2% 증가할 전망"이라며 "민간 수주도 주택은 하반기에 일부 부진하지만, 토목과 비주택 건축 수주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년 대비 0.8%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투자의 경우 상반기에 0.4% 감소하고 하반기에 3.6% 증가해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위원은 "건설투자가 지난해 0.4% 감소하고 올해 1분기에도 1.8% 감소했지만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세가 커질 것이며, 공종별로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투자가 하반기 건설투자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산연은 코로나19로 건설업이 악화된 상황에서 건자재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되면 건설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반기 철근 등 자재 수급 문제로 다수의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시멘트·레미콘 등 비금속 자재들의 가격 및 수급 생황도 어려운 만큼 정부가 기초 자재의 안정적인 수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물량이 내년부터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연내 분양을 서두르고, 하반기 본격화되는 테이퍼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8·4 대책과 2·4 대책으로 인해 대규모 주택 공급이 향후 2∼3년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올해 분양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한 서둘러 분양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하반기 금리 인상과 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무리한 사업확장은 지양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심리게임...이제 공급 구체화 방안 내놓을 때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택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2030대들은 자산시장에 민감하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장년층도 고령화에 대비해 주택을 재테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다양한 시대적 분위기로 주택 수요 연령대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주도하는 공급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김상국 삼성물산 주택본부 상무는 "주택사업을 30년간 하면서 부동산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인 안정이 시장의 방향성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사람들의 심리, 즉 믿음을 얻지 못하면 정부는 집값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3080정책은 시장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터닝포인트를 준 매우 좋은 정책"이라며 "이제 민간과 공공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빅룸'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건설공사 수주액이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이제 공백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 "큰 증가 뒤에는 감소가 따라오기 때문에 향후 2~3년 뒤 수주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 투자는 한 번 투자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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