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KCC를 '백기사'로 특정한 적이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물산 1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비율에 반대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10명에 대한 8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앞서 여섯 차례 증인으로 나왔던 한모 전 삼성증권 팀장이 재차 출석했다. 한씨는 검찰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계획안으로 지목하는 '프로젝트G' 작성자다.
한씨는 당시 삼성 측이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대상으로 KCC를 콕 집어 업무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삼성 미전실이 삼성물산 자사주 매수 후보로 KCC를 특정해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이 부회장 변호인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며 "KCC로 정해진 다음에 진행한 절차는 삼성증권 직원이 가서 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KCC는 매수 기업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였다"고 증언했다.
KCC가 자사주 매입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제안한 게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KCC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던 2015년 6월 삼성물산 보유 자사주 5.76% 전량을 사들이며 삼성그룹에 백기사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이 미리 교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이날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2015년 4월 23일 작성한 문건을 제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하기 1개월여 전 한씨 등이 소속된 삼성증권 자문을 받아 쓴 문서다.
검찰은 이 문건에 '국민연금이 합병 자체보다 제일모직이 고평가됐고, 합병 비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쓰인 이유를 캐물었다.
한씨는 "(해당 문건은) 전체적으로 주주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얘기한 것이고, 국민연금을 특정한 건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굳이 이슈가 있다면 저 정도라는 의미였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반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5년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1:0.35였다. 제일모직 1주 가치를 삼성물산 주식 0.35개로 평가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전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1대 주주였다.
한씨는 이날 증인신문을 모두 마쳤다. 재판부는 오는 8일 재판에는 당시 합병태스크포스(TF)팀 소속이던 이모 전 삼성증권 부장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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