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與 유통규제 완화법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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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7-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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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당이 이례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심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야당에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지만 여당이 유통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형마트 매장에서 이뤄지는 통신판매의 경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당 김경만·변재일·양향자·오영환·윤관석·윤후덕·임오경·조정식·한준호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힘을 실었다.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들은 제에 막혀 반쪽짜리 온라인 영업을 해왔다. 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새벽 시간에 물류센터 가동을 중단하면 배송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정한 의무휴업일(월 2회)에도 온라인 배송이 불가능하다. 업계에서 "365일 온라인 배송을 하는 쿠팡 대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 외 심야시간이나 휴업일에도 온라인 상품 배송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새벽배송과 퀵커머스(Quick-Commerce·즉시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신선식품 온라인 시장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여당은 중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유통업계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 왔다. 국내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 속 내수 활성화가 시급한데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쳐 최근 몇년 가뜩이나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여당은 "대기업이 하는 것은 약자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고정관념만 주창하며 현실과 괴리된 법 개정을 일삼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 휴업 관련 법안은 여당의 중점 처리 법안으로 거론됐다. 

복합쇼핑몰 의무 휴업은 MZ(밀레니얼+Z)세대들의 공분을 산 대표적인 유통 규제로 꼽힌다. 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복합쇼핑몰 의무 휴업제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복합쇼핑몰에 의무 휴업일을 도입해도 전통 시장 등 골목 상권으로의 소비자 유입 효과는 없을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20대(68.4%)와 30대(61.6%)가 특히 규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해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산업이 뒷걸음질 치는 동안 세계 최대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미국 월마트는 온·오프라인 시너지로 옴니 채널화에 성공하면서 코로나19 때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미국 전역에 포진된 53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픽업 스토어로 리모델링하고, 당일 배송이 가능한 점포 수를 늘려왔다. 그 결과, 세계 1등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온라인 장보기 영역에서는 월마트에 한참 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 의원 안이 발의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선이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MZ세대 유권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포퓰리즘 발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는 여당의 진정성 있는 검토와 신속한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이커머스로의 사업 전환은 숙명이며, 버스가 떠난 뒤 손을 흔들어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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