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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배훈천씨를 만나 상처 치료 연고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가 친문(친문재인) 성향 지지자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은 배훈천씨를 만나 위로했다. 이날 정 전 총리는 소신 있는 발언 이후 곳곳에서 날 선 비판을 받는 배씨를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정 전 총리는 2일 배씨가 운영하는 광주 북구 한 카페를 찾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저희도 유사한 상황을 겪은 적 있는데 심리적 고통이 굉장히 컸다. 일반 시민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송구하다"고 했다. 그간 원내대표, 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역임하며 쌓아온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배씨는 "이번 정부 들어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몰아 죽창질 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란 자유롭게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지도자들이 피하지 말고 이런 문화를 해결해달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훌훌 털어버리시고 빨리 벗어나셔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가고 사업도 잘하시기 바란다"며 배씨를 위로했다.
앞서 배씨는 지난달 12일 광주 4·19혁명 기념관에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소신 있는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친문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그는 친문 지지자들에게 폭언, 욕설 등으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약 50분가량 이어졌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과 자영업자 손실 보상, 5·18 역사왜곡처벌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생각을 주고받았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K-방역을 주도해 '방역 사령관'으로 불렸던 정 전 총리는 "장기간 지속하는 코로나19로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 3월 이들에게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전날에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총리는 "지난 1년간 방역사령관으로 활동할 당시 개인과 자영업자 대상 재난지원금을 여러 번 지급했지만, 이것으로도 소상공인들과 국민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행복한 가정으로 복귀해 사업도 번창하시길 바란다"며 배씨를 위로했다. 이에 배씨는 "삶에 희망이 남아있는지 회의감까지 들었는데 정 전 총리가 찾아주니 큰 위로가 됐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편 만남에 앞서 정 전 총리는 준비해온 약을 오른쪽 팔꿈치에 화상을 입은 배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화답하듯 배씨는 정 전 총리가 쓴 서적을 전달하며 사인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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