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백신 엇박] "원격수업이 편해…내 아이 백신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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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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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이론수업 비대면 선호해

  • 서울대·서강대 등 대면수업 준비

  • 20세 미만 학생 백신 부작용 우려

교육부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도 2학기 등교 수업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실습이 아닌 이론수업은 원격으로 하는 게 낫다는 반응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을 기존 고3 학생과 n수생에서 초6~고2 학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학부모들은 부작용 등 안전성 측면에서 못 미더운 눈치다.

정부 정책과 당사자·이해관계자 입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 한편에 여전히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가 비대면 방식에 익숙해지기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대학 대면수업 준비에 대학생 "비대면 익숙"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대학 건물 입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4년제 일반·교육대학에서 개설한 원격 강좌가 전년 대비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강인원도 1000만명을 넘어섰다.

5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5개교에서 개설한 원격강좌는 34만399개로, 전년(1만2110개)보다 28배 증가했다. 원격강좌 수강인원도 1236만3342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122만2075명)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전문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전문대 133개교는 원격강좌 8만9533개를 개설했다. 1년 전보다 무려 67.7배 많아졌다. 수강인원도 340만1596명으로 전년(14만8523명)보다 22.9배 증가했다.

이렇듯 지난 1년간 원격수업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은 2학기 등교 확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특히 실험·실습·실기수업과 달리 이론수업은 원격으로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면 모를까, 방역 차원에서 아직 제약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대학생 9만4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학기 대학 대면활동 단계적 확대'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1%가 대면수업(이론수업 기준)에 반대했다. 찬성 비율은 36.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6.1%였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대면수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는 거리두기 2단계는 100명 미만, 3단계는 50명 미만으로 수강 정원을 제한한다. 좌석 간 2m 거리두기가 가능한 강의실은 저학년 오전·고학년 오후 등으로 수업시간을 분산한다. 연세대는 정원 50명 이내 강의나 실험·실습과목에 한해 주 1회 대면수업을 실시한다. 이때 정원의 2배 규모 강의실을 배정해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한다.

서강대는 수강생을 40명 내외로 제한하고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나눠 시행할 방침이다. 강의실은 수강 인원의 4배를 수용 가능한 곳으로 배정한다. 한양대는 수강인원을 30명 이하, 31~49명, 49명 이상의 세 그룹으로 나눠 30명 이하까지는 대면수업을 허용한다. 31명 이상은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게 된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부터 원격·대면수업을 병행해 2학기에는 대면수업 정원 기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방역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내 아이 백신 접종에 학부모 '흔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동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신을) 성인이 맞아도 이렇게 아픈데 아이가 맞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너무 무섭다고 해서 고민 끝에 접종 미동의를 선택했어요."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 말까지 고3 학생과 n수생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동의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 경우 학교에서는 학부모 등 보호자에게 확인 전화를 건다. 그리고 전국 후순위로 밀린다는 사실도 공지한다.

고3 학생은 오는 19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12~15세 대상 화이자 접종을 승인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독일, 프랑스 등이 해당한다. 영국도 최근 승인했다.

화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AZ)보다 안전성이 담보됐지만, 종종 해외에서 부작용 사례가 전해져 불안하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최근 해외에서 화이자·모더나와 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을 맞은 후 심근염이나 심낭염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고3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며칠간 초6~고2 학생·학부모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 등을 설문조사해 접종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학부모 카페에서는 "아직 20세 미만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없는 줄로 안다", "안전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맞춰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집단면역을 위해선 필요하다고 본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올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거나 추후 논술·면접 등을 볼 때 제약이 있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 유형을 일반 수험생,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자, 유증상자 등으로 구분해 시험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험실마다 수험생 수는 최대 24명으로 제한된다. 수험생 전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렇듯 20세 미만 학생·학부모가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동안 오는 9월 1일 치러질 수능 모의평가 원서접수 사이트에서는 대학 수강신청을 방불케 하는 속도전이 펼쳐졌다. 화이자를 놔준다는 소식에 30~40대를 넘어 50대도 가담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은 9월 모평 신청자 312명 중 25세 이상이 155명(49.7%)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0대는 54명, 40대는 5명으로 집계됐다. 50대 신청자는 1명이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어른들이 본인 생각만 한 것 같아 씁쓸하다"며 "실제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육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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