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인해 공유 킥보드 '헬멧 착용 의무화'(개정 도로교통법) 법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실효성 문제를 두고 여전히 정부와 공유 킥보드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업계는 헬멧 착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대책 마련 없는 일방적 규제 시행은 옳지 않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안전한 킥보드 문화를 위해 헬멧 착용 의무화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업계 “매출 반토막··· 헬멧 규제 풀어달라” vs 정부 “안전이 우선”
지난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 킥보드처럼 전동 장치가 달린 개인형 이동 장치(PM)를 이용할 시 ‘인명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벌금 2만원이 부과된다. 면허를 보유해야 탈 수 있고, 헬멧 등 인명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2인 이상 탑승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한다.
공유 킥보드 업계는 안전을 위해 헬멧 착용은 권장하되 강제화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활용되는 공유 킥보드 특성상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이후 공유 킥보드 일평균 이용률은 30~50% 줄었다. 공용 헬멧 제공에 대한 위생상의 문제도 이유로 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따릉이 헬멧 의무화 규제로 한 차례 경험했듯 헬멧 의무화 규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규제”라며 “안전문제가 걱정된다면 오히려 전동 킥보드의 제한 속도를 현행 25㎞에서 10㎞ 이상 낮추거나 불법 개조를 통해 속도 제한장치를 푸는 행위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이용자 안전을 위해 당장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PM법 개정으로 인해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안전 문제를 배제한 이용활성화 촉진은 어렵다"며 "법 개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일부 기업들의 경우 헬멧 의무화 규정에 맞게 사업을 잘 진행해 가고 있어 당장 법 개정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헬멧 의무화, 공유 모빌리티 성장 방해할 것··· 종합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안전 조치는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제도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 문제는 헬멧 미착용이 아니라 대부분 속도 제한, 이동 도로, 수거방법 등을 총괄하는 PM 관련 법·규제가 미흡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모빌리티 이동수단이 나오면 그에 맞는 규제가 필요한데, 자전거나 자동차에 적용하는 법에 이들에 대한 규제를 욱여넣어 공유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안전문제가 먼저라면 자동차와 보행자를 두 축으로 구성된 도로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상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모두 차도로 달려야 하지만 안전문제를 이유로 10대 중 10대가 인도로 올라와 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공유 킥보드가 한시적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시 100% 킥보드 이용자에게 과실을 물도록 하는 것도 안전문제 해결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의 차두원 소장 역시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공유 킥보드에 유난히 규제가 과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차 소장은 “많은 나라들이 공유 킥보드 이용 시 청소년들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나 성인에게는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라며 “공유 킥보드를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산업으로 인식하고 자전거 도로 확대 등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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