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5일 국회에 ‘수술실 CCTV 설치법’ 즉각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불법의료, 중대범죄가 끊이지 않는 수술실은 여전히 성역”이라며 “수술실은 내부 제보가 아니면 범죄와 사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있어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21대 국회까지도 정치권의 의사 눈치 보기로 제자리에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수술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한 실정이다.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인 ‘PA간호사’에 의한 대리수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제재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환자단체들도 경실련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수술실에서 일어난 의료사고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만 수술실 사정을 알 수 없는 환자 및 유족 입장에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응급실, 진료실에는 의료진 보호 및 안전한 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CCTV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수술실 CCTV”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술실 출입명부 작성이나 내부 고발 강화 등의 방안은 은밀하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서로 묵인하며 불법의료를 행하는 공간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상세하게 의료행위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CCTV 수술실 내부 설치’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행위에 대한 사항을 상세히 기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법문이 만들어질 1973년 당시는 아날로그 시대로 종이 문서가 전제됐지만, 디지털 시대인 현대에는 녹화하는 것이 상세히 기록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이다.
경실련 측은 “폐쇄적인 수술실의 범죄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현장을 상세히 기록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CCTV 설치는 대체 불가하다”며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설치 장소는 입구나 복도와 같은 수술실 외부가 아닌 내부여야 하며, 환자나 의료진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수술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실련 측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논의는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진의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안”이라면서 “두 기본권이 모두 보장받아 마땅한 권리임은 분명하지만 충돌되는 경우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우선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라고 덧붙였다.
경실련 측은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이미 개별 법령을 통해 어린이집, 보행자길, 학교 내외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한 사례가 있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들 장소는 현재 범죄 예방 및 수사, 국민 안전 등을 목적으로 사생활 보호보다 더 큰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다.
판례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아 보육교사 등의 사생활과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2015헌마994)’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보육교사 등이 기본권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부정의료행위 방지 등 공익 보호를 위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구해 동의하는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는 상임위를 열고 전체 위원 24명 중 15명이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에 찬성했지만 법안심사소위에서 끝내 보류됐다. 여당 대부분은 찬성 입장이고, 국민의힘 등 야당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후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경실련 측은 현재 상황과 관련해 “적어도 10년 이상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 민주당이 야당을 탓하며 입법을 주저하는 것은 국민과 공익보다는 의료계의 입장을 더 살피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행보에도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의료계의 불법과 억지를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며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불법 의료행위 및 중대한 범죄행위를 해결하고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를 즉각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